인기없는 공모펀드…토큰화 대안될까
기사내용 요약
환금성·매매편의성·투자자 관심 측면에선 '긍정'
당국 "장기투자 취지 맞는지 볼 필요도"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이 모든 공모펀드를 상장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펀드의 '토큰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모펀드가 부진한 가운데도 상장지수펀드(ETF) 인기는 날로 높아지자, 투자자들의 매매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토큰화가 거론되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면서도 효과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1000원 단위로 가입이 가능한 공모펀드를 굳이 토큰화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장기투자를 장려한다는 대원칙과 결이 맞지 않는단 문제도 있다. 운용업계에서도 환금성과 매매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보단 세제 혜택을 늘리고 장기투자를 늘리는 방안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주가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서만 2조4279억원이 빠졌다. 액티브 주식펀드에서는 2704억원이, 인덱스 주식 펀드에서는 2조1575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같은 기간 ETF에 약 8조원이 유입된 것과 대조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전향적으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며, 하반기 제도 개선안 마련을 목표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검토안에는 공모펀드의 상장 또는 ETF로의 전환도 포함됐다. 펀드의 환금성과 매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취임 이후 공모펀드의 ETF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환금성과 매매 편의성이 경쟁력 제고 방안의 한축으로 논의되는 이유는 상장 ETF가 공모펀드 부진 속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주식처럼 손쉽게 매매가 가능하단 점에서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ETF 순자산은 2002년 3444억원에 불과했으나 10년이 흐른 현재 9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ETF는 대형 운용사들이 브랜드 파워를 필두로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어 소규모 운용사들이 진출하기에 쉽지 않은 영역이기도 하다. 중소형 공모펀드 운용사들도 차별화된 라인업으로 ETF를 상장시키고 있지만, 삼성과 미래 두회사가 시장의 80%를 양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운용업계에선 공모펀드의 '토큰화'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할 수 있는 '토큰증권'이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환금성을 높이고 거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미 대형 운용사가 진출한 ETF 시장과 달리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지 않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펀드를 토큰화했을 때 장점은 가입 후 환매까지 돈을 빼기 어려운 폐쇄형 펀드라 해도 투자자 간 거래가 가능해 환금성이 높아진단 점이다. 또 가입이나 환매 등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상장 주식처럼 손쉽게 매매가 가능해진다. 비상장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한 펀드의 경우 토큰화 이점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운용사들도 고개를 갸웃한다. 이론적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굳이'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토큰화가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겠지만 관련해 당국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는 없다"며 "집합투자증권을 토큰화했을 때 장점은 환금성이 높아지는 것인데 이미 집합투자증권은 언제든지 소액으로 환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효과에 비해 절차는 발행 라이선스 획득이나 신탁사 찾기 등으로 까다로울 수 있다. 집합투자증권(펀드)을 토큰화하기 위해선 신탁사에 펀드를 신탁해 이를 수익증권을 발행한 뒤 이를 쪼개 토큰증권으로 발행해야 한다. 사업자가 망해도 투자자 돈은 보호되도록 신탁구조로 만들어 도산절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토큰증권 제도화의 세부 내용에 따라 발행 요건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토큰화 또는 ETF화 자체가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취지와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선 장기투자를 장려해야 하는데 그 취지에 맞는 방안인지를 포함해 펀드를 토큰증권화했을 때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공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겠다는 기대와 효과에 대한 반신반의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고배당 액티브 펀드를 운용 중인 한 펀드매니저는 "인프라 펀드, 부동산 리츠(REITs) 등은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눈다는 점에서 상장해 지분을 나누는 것이 의미가 있지만, 주식형 공모펀드는 배당수익 세후 3%를 나누기 위해 상장하는 게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모펀드의 상장, ETF화, 토큰화 등도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공모펀드의 과세체계를 손질하고 장기투자를 위한 세제 혜택이 뒷받침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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