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보유 늘리는 각국들...금값 치솟는데 한국만 제자리
기사내용 요약
전세계 중앙은행 지난해 금 1136t 매입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지난해 대규모 금 매입에 나서면서 금보유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한국은행은 10년 째 금 보유량을 전혀 늘리지 않고 있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비영리기구인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지난해 한 해 동안 금 1135.7t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매입 규모(450.1t)의 두 배를 넘어선 수준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5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달러 가치가 치솟았던 지난해 4분기에만 417t의 금을 매입하는 등 금 보유를 크게 늘렸다.
이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해 4분기에만 62t을 매입해 금 보유량이 2050.3t으로 늘어나는 등 처음으로 2000t을 넘어섰다. 이는 1978년 관련 통계 발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금 보유량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중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국제통화기구(IMF) 포지션, 특별인출권(SDRs), 금 등을 외환보유액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 항목으로 발표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터키 중앙은행도 같은 기간 금 매입량을 148t 늘리면서 금보유량이 542t으로 집계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밖에 이집트(47t), 카타르(35t), 이라크(34t), 아랍에미리트(25t), 오만(2t)도 금 보유량을 늘렸다. 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의 경우 지난해 초에는 금을 순매도 했으나, 연중 순매수로 전환해 지난해 4분기 34t 늘렸고, 키르기즈공화국(6t), 타지키스탄(4t)도 금보유량를 늘렸다. 인도 중앙은행은 2021년 77t보다 57% 줄어든 33t를 늘리는 데 그쳤다. 루피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시장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700억 달러 줄면서 금 매입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카자흐스탄 국립은행은 지난해 금을 51t 매도하는 등 금 보유량을 352t으로 줄였다.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금 보유량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8133.5t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67.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국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금 보유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어 독일(3354.9t), 이탈리아 2451.8t, 프랑스 2436.8t, 러시아 2329.6t, 중국 2050t.3, 스위스 1040t, 일본 846t, 인도 790.2t 등이 10위 권에 들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는 것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에 따른 금융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외환보유액에서 지나치게 높은 달러 자산 편중에서 벗어나 미 달러 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국은행은 각국 중앙은행의 올해 한해 금 매입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헷지 수요,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이 다수 중앙은행 금 매입 확대의 계기가 됐다"며 "지금까지 금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서 작용했던 낮은 실질금리 와의 인과관계가 최근 들어 낮아진 반면 불확실성에 대비한 중앙은행의 금매입 수요가 금 가격 상승의 일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도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세계 금 수요는 늘고 있다. 세계금협회가 최근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도 응답자의 25%가 향후 1년 이내 금 보유를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미 SVB 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은 온스당 2007.40 달러에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올 들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해 4일 2022.2달러로 2000달러를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금 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어 금값이 추가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 가격은 통상적으로 달러와 반대로 움직인다.
반면 한은은 금 보유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4t으로 2013년 이후 10년 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36위 수준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1.4%에 해당한다. 한은은 당분간 금 보유액을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 비중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액이 2014년 이후 늘지 않았는데 이는 금 가격이 그동안 상당히 많이 하락해 왔기 때문"이라며 "올 들어 금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왜 보유하지 않았냐는 질문이 나오고 있는데 가격 변동성이 큰 금 보다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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