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빙하’를 위한 오비추어리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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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따라 길게 뻗은 몽블랑은 프랑스어로 '하얀(Blanc) 산(Mont)'이다.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해발 4808m)이자,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꼽힌다.
알프스 산맥의 '테오둘 빙하'가 녹으면서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그어져 있던 두 나라의 국경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빙하가 녹은 물이 산봉우리에서 두 갈래로 나뉘는 지점이 국경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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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따라 길게 뻗은 몽블랑은 프랑스어로 ‘하얀(Blanc) 산(Mont)’이다.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해발 4808m)이자,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꼽힌다. 설산을 즐기기 위해 모여드는 스키어들과 아름답고 웅장한 협곡을 오르려는 등반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전 세계적 관광지다. 1924년 겨울올림픽이 처음 열린 곳도 몽블랑 기슭에 있는 소도시 샤모니다. 이름 그대로, 몽블랑의 상징은 눈(만년설·빙하)이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얼음층의 두께가 얇아지고 녹아내리는 속도도 빨라지면서, 몽블랑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원래 몽블랑처럼 고도가 높은 산악지대는 눈이 잘 녹지 않는다. 1년 내내 녹지 않는 눈을 만년설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눈이 수백년 혹은 수천년 동안 쌓여 매우 단단한 얼음덩어리가 된 것이 빙하다. 몽블랑의 빙하 면적은 대략 축구장 1만4천개 크기인 100㎢나 된다. 하지만 지난겨울, 샤모니 마을에서는 상당수 스키장이 문을 열지 못했다. 이상고온 현상이 알프스 산맥을 덮친 탓이다. 알프스 북쪽 지역에선 사상 처음으로 20도를 웃도는 ‘겨울 더위’가 찾아왔다. 북서 아프리카의 따뜻한 기단이 유럽으로 강하게 유입되면서,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고위도와 저위도 간 온도차·기압차가 줄어들고 제트기류의 사행(구불구불한 공기의 흐름)이 심해지면, 지역에 따라 양극단의 날씨가 나타난다는 것이 기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지어 ‘스키의 종말’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왔다. 샤모니 위쪽의 ‘알파인 빙하’는 20세기 동안 평균 두께가 50m 얇아졌다. 알프스 산맥의 평균 기온은 최근 10년간 0.3도 올랐는데, 이는 전세계 평균 기온 상승 속도의 두배다. 2100년이 되면 알프스 전체 빙하의 80~90%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알프스의 빙점고도는 지난해 7월에 5184m까지 올라,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온이 0도 이하로 얼음이 어는 지역이 그만큼 고지대로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다.
몽블랑을 덮친 따뜻한 날씨는 등반객들의 안전도 위협한다. 지난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현지 언론들은 몽블랑 인근에서 눈사태로 6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지 당국은 사고 전날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눈사태가 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지난여름, 샤모니의 산악 가이드들은 몽블랑 정상에 오르는 가장 대중적인 코스(구테 루트)에서도 등반객 안내를 꺼렸다. 빙하가 녹으면서 대량의 암석이 분리돼 낙석 사고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물(담수)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빙하는 서서히 움직이면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는데, 이 과정에서 물을 만들어 낸다. 단단하게 고정돼 있을 것 같지만 강처럼 흐른다는 얘기다. 그동안 알프스 지역 주민들은 빙하로부터 신선한 물을 공급받아왔지만, 앞으로 80년 뒤 후손들은 식수난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얼음의 면적이 줄어든다는 것은, 냉장고에 저장해둔 물이 부족해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빙하가 줄어들면, 국경 분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알프스 산맥의 ‘테오둘 빙하’가 녹으면서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그어져 있던 두 나라의 국경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빙하가 녹은 물이 산봉우리에서 두 갈래로 나뉘는 지점이 국경선이 된다. 그런데 물줄기가 100m정도 이동하면서, 원래 이탈리아 영토에 속해 있던 ‘체르비노 산장’이 스위스 쪽으로 바뀐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21년 양국은 합의안을 마련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황보연 논설위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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