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속보다 3배 빠르다…미 기밀문서 “중 ‘정찰용 드론’ 부대 설립”

무인정찰기 ‘WZ-8’…유출 문서에 내용 담겨

지난 2021년 주하이 에어쇼에 전시되었던 중국 무인정찰기 WZ-8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정보당국은 중국군이 음속보다 3배 빠른 고고도 무인정찰기(정찰용 드론)를 곧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지리공간정보국’(NGIA) 기밀 문서에 중국인민해방군 무인정찰기 ‘WZ-8’이 상하이에서 동쪽 350마일(560㎞) 떨어진 곳의 공군 기지에 배치된 위성사진이 실려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당국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동부전구에 첫 무인정찰기 부대를 설립했음이 “거의 틀림없다”고 평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기밀문서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잭 테세이라 일병이 소셜미디어 ‘디스코드’에 유출한 미군 기밀문서 중 하나였다.

이들 무인기가 배치된 공군기지를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만을 작전 구역으로 두고 있다. 중국이 이들 정찰용 무인기를 실전에서 운용하게 되면 대만을 돕기 위해 배치된 미군 전함과 군대의 위치 정보를 더 정확히 파악해 타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WZ-8를 지난 201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80돌 기념행사에서 처음 공개했지만, 당시만 해도 이 무인기가 실전 배치될 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상태라고 믿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몇 년 사이에 위협적인 정찰 무인기로 거듭난 것이다.

WZ-8은 중국 공군 폭격기 H6-M에 실렸다가 공중에서 발사되어 고고도 상공에서 주요 시설물 영상 촬영 및 위치 확인 등 정찰 활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폭로된 문서에는 H6-M 폭격기가 WZ-8 무인정찰기를 싣고 이륙했다가 중국 근해 상공에서 WZ-8 무인기를 발사해, 한국 서해안과 대만 내륙을 해발 10만피트(3만m) 상공에서 정찰하는 항로도 함께 표시돼 있다. 이들 문서는 WZ-8 무인기가 어떻게 추진력을 얻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엔진의 특성이 로켓 연료와 연관되어 있다”며 로켓 추진형임을 내비쳤다.

문서는 또 이들 폭격기와 무인기의 항로에 대해 “꼭 신뢰할 만한 건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이들 무인기에 달린 전자광학 카메라와 센서는 서울을 포함한 한국 서해안 주요 도시와 대만에 대한 지리 군사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르’(SAR·합성개구레이더)라는 영상 레이더는 밤이나 안개가 자욱하고 흐린 날씨에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덧붙였다.

대만 국책 방산연구소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의 치리핑은 “이 무인기의 일차적인 용도는 대만이 아니라 미국과 태평양에 있는 미군기지 정찰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A2AD)용 무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격용으로 설계된 것 같진 않지만 향후 공격용으로 개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탐지와 요격이 어려워 기존의 대공 무기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 포토맥 정책연구소의 딘청은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이나 한국을 넘어 일본과 인도, 동남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걱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