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리포트] 달로 몰려가는 기업들...과학과 우주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박근태 기자 2023. 4. 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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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술지 네이처 보도
日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 25일 민간기업 최초 달 착륙 시도
”우주개발의 새로운 이정표”
최소 6개 기업이 달 향해 가고 있어
NASA 상업운송서비스 통해 다른 국가와 기업들 달 탐사 기회 얻어
실패해도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우주경제에 긍정 효과
/NASA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정찰위성(LRO)가 촬영한 이미지가 달의 다양한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NASA

이달 25일 일본의 우주벤처기업 아이스페이스(iSPACE)가 개발한 달 탐사선 하쿠토-R M1이 달 표면에 착륙을 시도한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은 달 착륙을 시도해왔지만 달 표면에 안전하게 착륙한 경험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뿐이다. 모두 정부가 주도한 사례라는 점에서 민간기업이 주도해 개발한 달 표면에 탐사선을 보내는 건 이례적이다. 2019년 이스라엘의 민간기업 스페이스IL이 달 착륙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로 돌아간 사례가 전부다.

특히 하쿠토-R M1에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개발한 탐사 로버(로봇 탐사차량)이 실려있다. 착륙선이 달 표면의 아틀라스 크레이터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뒤 양국의 탐사 로버를 전개하면 일본과 UAE는 세계에서 네 번째와 다섯 번째로 달 표면에서 탐사선을 운용하는 국가가 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19일 아이스페이스가 달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인류의 달 탐사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평가하면서 올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로 향하는 다양한 민간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에 있는 허니비로보틱스 우주 시스템 책임자이자 미국항공우주국(NASA) 달 과학 자문위원회의 상업 부문 자문 위원장을 맡고 있는 스티븐 인딕은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많은 우주 전문가들이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 시도가 민간기업의 시장을 우주로 확장하는 최초의 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달로 향하는 민간기업들은 크게 늘었다. 네이처에 따르면 아이스페이스와 애스트로보틱, 인튜이티브머신스,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 드레이퍼, 스페이스IL 등 최소 6개 기업이 올해부터 2026년까지 달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구스타보 메디나 탠코 멕시코 국립자치대 핵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손바닥보다 조금 큰 5대 소형 자율주행 탐사 로버를 개발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우주벤처기업인 애스트로보틱과 연내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 벌집이라는 뜻의 콜메나(COLMENA)로 알려진 이번 탐사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가 추진하는 최초의 달 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디나 탠코 교수는 “소형 탐사로버들이 벌떼처럼 서로 협동하며 달 표면을 돌아다니며 우주 탐험가들을 위해 물과 광물을 채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달이 새로운 경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하쿠토-R M1의 컴퓨터 생성 이미지. /아이스페이스

탐사 로버들은 NASA가 민간 우주 기업에 달 탐사선을 구매하는 상업용 달 탑재체 서비스(CLPS)라는 프로그램의 첫 비행 임무에 포함돼 발사될 예정이다. CLPS는 기업을 통해 더 빠르고 저렴하게 달로 가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올해부터 향후 10년 동안 12차례에 걸쳐 달의 다양한 지역으로 과학 탐사 장비 등을 운송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CLPS 프로그램을 통해 멕시코처럼 우주 발사체 기술이 없는 국가들도 달로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이 우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성공률이다. 현재까지 미국, 소련(현재 러시아), 중국만이 달에 우주선을 성공적으로 착륙시키고 운영한 경험이 있다. 달 표면에는 2019년 추락한 스페이스IL의 베레시트를 비롯해 달 착륙에 실패한 탐사선들의 잔해가 널려 있다. NASA의 과학 임무를 총괄했던 토마스 쥐르뷔헨 전 국장보는 “민간기업의 탐사선이 과연 안전하게 착륙하고 작동할지 아직 의문”이라며 “스스로 입증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민간기업들이 이처럼 달 착륙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마중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민간재단인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달에 최초로 우주선을 착륙시키고 운영하는 기업에 2000만 달러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는 수십 개 기업과 스타트업이 도전했지만, 최종 우승에 이른 기업은 없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대회가 수많은 기업과 우주산업에 도전의식이라는 새로운 불을 지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하쿠토-R M1 착륙선을 개발한 아이스페이스도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에 도전한 개발진이 설립한 회사다. 네이처는 하쿠토-R M1이 성공적으로 달에 착륙하면 착륙선 개발에 영감을 준 프로그램인 NASA의 CLPS 프로그램의 효과를 오히려 능가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NASA는 2018년 유인 달 탐사와 과학적 성과를 더 많이 얻기 위해 집중하는 대신 기업들이 착륙선 제작을 맡도록 장려하기 위해 26억 달러 규모의 CLPS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발표하고 이듬해쯤이면 착륙선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란 애초 기대와 달리 기업들이 착륙선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일부는 폐업하면서 더디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에 아이스페이스가 달 착륙에 성공하면 달에 도전하는 기업들도 더 늘어날 것이란 평가다.

당장 올해 중 CLPS에 참여한 애스트로보틱과 인튜이티브머신스이 3차례 발사가 예정돼 있다.

멕시코 소형 로버를 실어 나를 애스트로보틱의 페레그린 탐사선은 현재 콜로라도주 센테니얼에 있는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에서 발칸 로켓의 첫 비행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벌컨은 당초 5월에 발사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3월에 테스트 중에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해 발사가 미뤄졌다. 인튜이티브머신스의 달 착륙선은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이르면 6월에 발사될 것으로 보인다.

두 탐사선 모두 과학 실험 장치를 포함한 화물을 달까지 운반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애스트로보틱은 달 표면의 화학 성분을 조사하는 NASA가 개발한 분광계를 싣고 간다. 인튜이티브머신스의 노바C 탐사선은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 역할을 하는 비컨 장치를 싣고 간다. 연말에 발사될 두 번째 탐사선에는 달 지표 아래를 탐사하는데 필요한 드릴과 달 남극 근처의 얼음 퇴적물 지도를 만들 로버가 실릴 예정이다.

CLPS에 선정된 첫 번째 상업용 착륙선 세 대의 모델.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의 페레그린, 인튜이티브 머신의 노바C, 오빗비욘드의 Z-01.

NASA는 애초 CLPS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탐사선이 착륙할 장소를 지정했다. 하지만 현재는 기업들이 착륙지를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있다.

애스트로보틱의 착륙지는 애초 착륙하기에 안전한 지역이었지만 최근 지질학적으로 흥미로운 용암이 흘렀던 지역으로 변경됐다. 인튜이티브머신스의 착륙장소도 애초 계획된 장소에서 인류가 향후 유인 탐사선을 보낼 달 남극 지역인 맬러퍼트 A 지역으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다양한 장소에 착륙하면 달에 대해 몰랐던 다양한 과학적 사실들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정보들이 향후 다른 기업들의 달 진출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게리 도널드슨 핸너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대 교수는 “착륙할 지점에 맞게 장비를 개발하면 달에 관해 많은 과학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 밀턴 케인즈 개방대 매히시 애넌드 교수는 “기업들이 달에 착륙할 때마다 과학에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리의 눈과 귀를 완전히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지금까지 CLPS 과학 탑재체는 멕시코 탑재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NASA와 미국 기관에서 제공하고 있다며 많은 국가가 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애초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첫 임무에 나선 애스트로보틱 페레그린 탐사선에 독일항공우주센터(DLR)이 개발한 방사선 탐지기가 실리고 인튜이티브머신스의 노바C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고에너지 입자를 측정하는 달 우주 환경 모니터(LUSEM)이 실리는 등 국제 협력이 조금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독일이 개발한 방사선 탐지기는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4호 착륙선에 실린 방사선 탐지기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달에서 운용되는 방사선 탐지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채경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이미 다누리라는 이름의 우주선이 달 궤도를 돌고 있지만, 달 표면에 접근하면 과학자들이 달의 자기장과 같은 현상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달 우주 환경 모니터가 달 표면에 접근할 기회를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이스페이스는 내년 중, 스페이스IL는 2025년 CLPS와 별도로 독자적인 달 탐사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달 탐사선 찬드라얀2호로 달 착륙을 시도했다가 실패를 맛본 인도 역시 올해 말 달 착륙선 찬드라얀3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민간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른 국가와 단체도 달 탐사에 참여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이 반세기 만에 달로 돌아가는 유인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계획이 성공적으로 첫 비행에 성공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발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항공우주 대기업인 록히드 마틴은 콜로라도주 덴버에 크레센트 스페이스라는 회사를 분사했다. 이 회사는 유럽우주국(ESA)처럼 달 주변에 통신과 항법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향후 세계 각국의 달 탐사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레센트 스페이스에 따르면 10년간 달로 향하는 임무가 100개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달로 가는 기업들. 자료=각사와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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