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재원·태영호를 어이할꼬’···‘자진 사퇴’ 주장도 나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잇단 설화로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징계를 예고했다. 주류 측에선 ‘자진 사퇴’도 거론된다. 두 최고위원의 발언이 당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할 때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9일 KBS 라디오에서 김 최고위원에 대해 “우리 당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라든가 연대에 어긋난다면 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리위가 구성됐으니 윤리위원장과 윤리위원들이 알아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에 대해선 “(발언을) 자중하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징계를 거론하며 비판 메시지를 낸 것이다. 당 지도부 등 주류는 두 최고위원의 잇따른 설화가 총선 악재로 다가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론이 계속 악화될 경우 지도부 존망 위기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핵심관계자는 “지도부 임기 초반부터 주당 근무시간 논란(주 69시간제)으로 당정 간 엇박자가 나서 여론이 안좋았는데, 그 와중에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자기 정치’를 위해 당에 피해를 준 것”이라며 “강한 조치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강경 발언으로 지지세를 얻으려다 당에 ‘극우’ 이미지를 드리웠다는 지적이다.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목소리가 당내에 비등한 지는 한참 됐다. 김기현 대표의 경고 이후 ‘셀프 자숙’에 들어갔지만, 공식 절차인 윤리위 판단을 받지 않은 채 지나가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자칫 당이 김 최고위원 설화를 엄중하게 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 발언으로 당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연관성 의혹이 떠오른 만큼, 상징적 징계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물밑 기류는 더 강렬하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태 최고위원에 대해 “자진 사퇴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앞서 태 최고위원이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은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전날 알려지자 내놓은 반응이다. 김 최고위원을 겨냥한 자진 사퇴 주장은 이전부터 나왔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는 “태 최고위원 발언에 경악과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국민의힘에 항의 서한을 보내 당 차원의 엄중한 문책과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징계보다 자진 사퇴가 당 전체적으로 덜 부담이라는 게 사퇴론자들의 근거다. 김 최고위원을 징계할 경우 태 최고위원, 나아가 ‘밥 한 공기’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조수진 최고위원까지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자칫 지도부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징계 수위도 고민거리다. 당원권 정지 3~6개월 수준 징계는 김 최고위원 등이 공천 직전에 당에 복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꼴이라 무겁지 않게 비친다. 반면 당원권 정지 1년 이상 중징계는 총선 출마를 사실상 막는 조치로, 차라리 자진 사퇴가 낫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가 ‘양두구육’ 발언으로 1년 이상 중징계를 받은 전력도 두 최고위원 발언의 징계 양정을 고민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징계를) 할 거면 저는 1년 이상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리위는 조만간 구성을 완료한 뒤 김 최고위원 등 징계 여부를 포함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 최고위원이 또 설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최고위원의 무리한 발언이 한 차례에 그친 것이 아닌 데다, 정치적 이익 또는 신념과 연관돼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최고위원은 ‘5.18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 천하 통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태 최고위원은 ‘김구 발언’ 이전에도 ‘4·3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 등 역사 왜곡 발언을 했다. 돈 봉투 의혹에 휩싸인 민주당 비판을 위해 종교단체 JMS 이름을 빌려 “Junk Money Sex 민주당”이란 메시지도 냈다. 김 대표는 전날 ‘김구 발언’ 공개 후 태 최고위원을 불러 당분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역사 논란에 휩싸이지 말라는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도부 인사는 “(태 최고위원은) ‘몽둥이 찜질’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다. 사람은 잘 안 바뀐다”고 또다른 말실수를 경계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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