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으로 배터리를 만든다고?.."2차 전지 게임 체인저" [와이파일]
최근 외신과 경제 분야 기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바로 리튬 이온 전지입니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죠.
흐름을 반영하 듯 국내 증시에서 리튬 전지 관련 주가는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정부가 2032년까지 자국 내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채우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2차 전지 주가는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고 할만합니다. 석유 기반의 '탄소 경제'에서 리튬 중심의 '친환경 경제'로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LG와 SK 등 국내 기업들은 이미 전 세계 리튬 전지 시장의 선두 그룹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신기술 개발과 함께 급변하는 산업 지형에서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4월 12일자 다음과 같은 제목이었습니다.
◆ '차세대 혁신' 선점한 중국
나트륨 전지는 리튬 이온 전지의 대안으로 손꼽히는 기술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리튬에 비해 저렴하고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나트륨 전지는 리튬 이온 전지와 화학적으로 매우 유사하며, 최근 연구를 통해 나트륨 전지의 에너지 밀도와 충전 횟수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특히, 나트륨 전지는 영하의 기온에서도 거의 전체 용량을 유지할 수 있는 큰 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나트륨 전지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 바로 중국입니다. 이미 전 세계 리튬 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CATL)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차세대 기술로 손꼽히는 나트륨 전지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창사 지역의 중앙 남부 대학은 전지 기술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창사에선 나트륨 전지 기술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20개의 나트륨 전지 공장 가운데 16개가 중국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전 세계 나트륨 전지 생산 능력의 약 9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나트륨 전지' 상용화 가늠할 상하이 모터쇼
어제(18일) 개막한 (중국) 상하이 모터쇼는 전기차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동차 제조업체와 배터리 생산 업체들이 나트륨 전지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앞서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은 나트륨 전지와 리튬 전지를 하나의 전기차 배터리 팩에 사용하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혼합 배터리 팩을 대량 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이렇게 되면 나트륨 전지의 장점인 저렴한 비용과 날씨 저항력을 리튬 전지의 장점인 에너지 밀도와 가벼운 무게 등과 결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왜 나트륨 전지에 주목하나?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입니다. 주재료인 나트륨이 매장량이 많은 데다 쉽게 얻을 수 있는데다 채굴·정제 과정도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아 생산 비용이 낮습니다. 반면, 리튬 전지는 코발트와 같은 희귀한 광물(소재)을 사용해 생산 비용이 높습니다. 희귀하다는 건 곧 비싸다는 의미겠죠. 전기차 값이 기본 6~7천만 원할 만큼 비싼 이유는 바로 값비싼 배터리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실제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가격은 리튬 이온 전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러다 보니 나트륨 전지가 상용화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는 규모의 경제가 구축된다면 생산 비용이 낮아져 전기차당 9,200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당연히 전기차 가격도 내려갑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7500달러) 없이도 리튬 배터리 대체가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영하의 온도에서 충전 보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리튬 이온 전지와 달리 나트륨 이온 전지는 영하의 온도에서도 거의 모든 충전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면서 겨울철만 되면 나오는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만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 문제는 밀도와 크기...아직은 상용화 초기 단계
하지만, 장점만 있는 기술은 없겠죠. 성능 대비 가격도 싸고 날씨 저항력까지 갖춘 나트륨 전지도 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현재 나트륨 전지는 리튬 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습니다. 같은 양을 충전해도 리튬 전지와 비교해 에너지 총량이 낮고 충전 횟수에 따른 배터리 소진율도 높습니다.여기에 나트륨 전지는 같은 전력을 저장하기 위해 리튬 전지보다 더 큰 크기가 필요합니다. 배터리의 크기는 곧 전기차 무게와 연결되고, 자동차의 무게는 연비와 연결되기 때문에 전기차 제조 업체 입장에선 가볍게 볼 부분은 아닐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트륨 전지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로 리튬 전지를 즉시 대체할 만큼의 기술 수준은 아닙니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상용화 계획을 공개할 예정인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 '나트륨 전지' 선두 주자 중국의 도전 과제
중국이 나트륨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서긴 했지만, 여전히 도전 과제가 존재합니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우선 나트륨 전지를 만들려면 나트륨이 있어야겠죠. 그런데 나트륨의 주원료 소다회분(soda ash)은 대부분은 미국에서 생산됩니다. 중국은 자국 내 소다회분 자원이 부족하고 미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학 공장에서 합성 소다회를 생산합니다. 그러나 중국의 합성 소다회분 산업은 수질 오염 문제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에 중국 환경청은 이 산업의 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기 떄문에 중국 입장에선 미국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또 하나, 리튬 가격이 계속해서 비싸질지 여부도 나트륨에 대한 또 다른 물음표를 제기합니다. 리튬 가격은 2017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네 배 가량 상승했지만, 이후에는 3분의 2 가량 하락했습니다. 대량 생산과 기술 개발로 리튬 가격의 하락이 계속된다면 나트륨 전지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은 설 자리를 읽게 되겠죠.
마지막으로 나트륨 전지의 내구성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트륨 전지의 '실험실 안의 태풍'과도 같았습니다. 리튬 전지처럼 실험실이 아닌 실외, 즉 다양한 조건의 일상 생활에서 내구성이 있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관련 업체들이 상용화 가능성에 신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런 만큼 리튬이 영원히 우세한 소재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나트륨 전지 개발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의 시대'를 지나 '소금'을 앞세운 '나트륨의 시대'가 열릴 것인지, 아니면 리튬과 나트륨 '투톱 시대'가 열린 것인지, 고조되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 미래의 에너지 대전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는 어디에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주일에 2백만원 수입도"...'배민' 라이더 파업 예고, 왜?
- 尹 "국민 속이는 여론조사"가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 美 "한국 기여 환영"..."러, 이미 한국 교전국으로 간주"
- 음주운전 원천봉쇄 '시동 잠금장치'…도입될 수 있을까?
- [Y이슈] BBC·가디언 등 외신 故 문빈 사망 보도, 혹독한 K-POP 시스템 언급도…
- "돈 때문에 수학여행 못 가"…비용 대신 내준 학부모가 전한 '솔직 심정'
- [날씨] 오늘 중부·호남 가을비…내일부터 찬 바람
- 중학교 때 쓰던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깜빡...결국 부정행위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