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현대重 갈등 속에…대우조선해양, 현대重 감사 청구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3. 4. 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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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양 “개념설계 자료 빼돌려”
HD현대 “법원 등서 이미 기각”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선박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이 자사의 차기 구축함 설계 자료를 불법 촬영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승인을 놓고 한화와 HD현대가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화에 인수를 앞둔 대우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공세에 나선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대우조선해양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과정과 사업 진행의 적법·위법성 여부를 따져달라며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서를 냈다. HD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기밀자료를 빼돌렸는데도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개념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해 회사 서버에 은닉·관리해온 점이 재판 결과로 드러났다”며 “그럼에도 HD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이 보안사고 감점을 받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양사의 점수 차가 0.0565점에 그쳤기 때문에 벌점이 부과됐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 시점에도 적법성·위법성 검토나 진상조사, 후속 조치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조속한 감사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2020년 해군의 차기구축함 KDDX 건조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이 선도함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KDDX 사업은 방위사업청(방사청)이 해군 핵심전력으로 운용할 전투함을 확보하기 위해 총 7조 80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마쳤고 내년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수주 이후에는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가 3척을 잇따라 수주했고, 추가 발주도 예정된 상태다. 차기구축함 KDDX는 대탄도탄 방어 기능이 들어가는 한국형 이지스함으로 2030년대 이후 KD-Ⅲ 이지스 구축함과 함께 해군의 주력 함정이 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선박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의 문제제기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미 법원과 방위사업청이 대우조선해양 주장을 기각했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8월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2020년말 방사청 재검증위원회가 ‘개념설계 기밀을 본사업 제안서 작성에 활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이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 점이 이번 감사 청구의 배경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인수 심사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LIG넥스원, 삼성중공업 등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경쟁업체들에 의견서를 제출받았는데, 한화는 HD현대중공업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도 불편한 기색이다. 여러 경쟁사가 공정위 요청에 따라 의견을 보냈는데도 HD현대중공업의 ‘발목 잡기’로 몰아가려 한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공정위에 의견을 냈을 뿐인데 갑자기 KDDX 개념설계 이슈가 튀어나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한화는 지난 3일 공정위가 가능성이 희박한 의혹을 제기하며 심사를 지연하고 있다며 공개 반박했다. 기업 결합심사를 앞둔 기업이 당국을 공개 비판하고 나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심사를 비공개로 진행하던 관례를 깨고 오는 26일 전원회의를 열고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여부를 결론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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