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300년, 한국은 세계지도에서 사라진다 …"이민은 필수"

2023. 4. 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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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g Picture ◆

새로운 '인구폭탄(population bomb)'. 인구 과잉과 식량 부족으로 인한 지구 종말은 지나간 얘기다. 이제는 인구 감소로 인해 경제 성장이 멈추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잭 골드스톤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70년 100억명으로 정점에 도달한다. 선진국 인구는 줄지만 후진국 인구가 늘면서 미국, 유럽, 일본 대신 인도,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이 경제 대국이 된다. 선진국은 노년 인구에 대한 복지 수요 증가에 따라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사회 안정성도 나빠진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인구폭탄을 거꾸로 맞다

한국이 새로운 인구폭탄을 맞았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에서 '인구소멸국가' 제1호로 한국을 지목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한국은 3세대 안에 인구가 붕괴돼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미 2020년에 출생자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거쳤다. 한국 출산율(가임 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은 1965년 6명, 1970년 4.07명, 1983년 2.08명, 2003년 1.19명, 2022년 0.78명으로 떨어졌다. 2021년 기준 프랑스 1.83명, 미국 1.6명, 영국 1.56명, 독일 1.53명, 일본 1.3명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이는 전쟁이나 기아 같은 재난 시기에나 나타나는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러한 초저출산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 인구는 2100년에는 반 토막이 되고 2300년에는 0이 될 것이다.

1980년대 출산율이 2.0명대에 머물렀을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1962년 도입한 인구 증가 억제 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다. 당시 6명은 후진국 중 가장 높은 출산율이었다. 매년 인구 성장률이 3%로 대략 23년마다 인구가 배가되는 폭증 현상이 나타났다. 농촌의 넘치는 인구가 먹고살기 위해 도시로 흘러 들어왔고 경제 개발에 필요한 외화를 획득하기 위해 해외 이주 정책도 펴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어난다고 아들딸 가리지 말고 하나만 낳자는 가족계획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1996년까지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하는 정책의 오류를 범했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쳤다. 산모가 될 여성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가정에서 여성 해방이 시작됐고 급진적 페미니즘도 들어왔다. 결국 2000년대에 이르러 출산율이 1.0명대로 떨어졌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이때부터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했지만 기차는 이미 떠났다. 오히려 인구가 줄어들어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인구 구조 변동에 대한 정책 입안가들의 무지가 국가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한국인은 생활수준 향상, 의료기술 발달, 영양섭취 개선으로 오래 산다. 평균수명이 83.6세로 OECD 38개 회원국 평균보다 2~3년 길다. 일본(84.6세)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한국이 2019년 일본 기록을 깼다. 일본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24년이 걸렸다면, 한국은 불과 18년에 불과했다. 독일은 77년, 미국은 88년, 프랑스는 115년이 걸렸다. 한국은 2026년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이 1971년 고령화사회, 1995년 고령사회, 2006년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걸린 35년을 뛰어넘는 것으로 세계기록이 될 것이다.

한국의 중위연령은 1980년 21세, 2020년 44세에서 2040년 52세, 2060년 61세가 될 것이다. 2040년 중위연령이 52세가 되면 25% 정도의 일하는 사람들이 65세 이상 고령자와 14세 이하 유년층을 먹여 살려야 한다. 노동인구 감소에 따라 노년과 유년의 부양인구 증가로 인해 부양비가 올라간다.

게티이미지뱅크

절벽 시나리오

한국의 인구 감소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서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게 됨에 따라 절벽 시나리오를 가상할 수 있다. 인구절벽→성장절벽→재정절벽→국가절벽.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 감소하기 시작해 인구오너스 시대에 접어들었다. 생산가능인구는 앞으로 30년 안에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잠재성장률을 계속 떨어뜨릴 것이다. OECD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계속 감소해 2030년 이후에는 1.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세수 감소와 세출 증가로 인해 정부의 재정적자가 악화될 수 있다. 복지, 교육, 국방, 산업 등 세출 수요는 늘어나게 돼 있지만 지금의 조세 체계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2022년 현재 정부 1000조원, 기업 1200조원, 가계는 1500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정부 부채는 아직 GDP의 50%를 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OECD 회원국 중 지난 10년간 제일 빠르다. 이러다가 '비기축통화국' 기준으로 3대 부채국이 된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매우 낮은 12.8%의 사회복지 관련 지출을 하고 있다. 38개 회원국 중 35위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복지비 증가율은 연평균 7.4%로 가장 가파르다(1990년 대비 2019년 복지 지출 비중은 4.1배 증가해 OECD 회원국 중 1위). 그러나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조세 수입의 자연증가분이 크지 않아 늘어나는 사회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지금의 저조세·중복지에서 중조세·중복지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면서 성장과 복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부에 재정 여력이 있는 앞으로의 30년 정도가 그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절벽 시나리오에 따르면 2300년 한국은 지도에서 사라지게 돼 있다. 결혼 기피가 출산 공백과 함께 가족 해체를 통해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청년세대의 결혼 기피에 따른 비혼(非婚) 현상으로 가족 구성이 1인 가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2019년 1인 가구는 이미 전체 가구에서 30%를 넘었다. 20대와 60대 이상에서 1인 가구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가족 해체의 와중에 대도시의 인구 감소, 중소도시의 청년 유출, 농촌지역의 인구 공백을 가져오면서 지역 소멸이 나타나고 있다.

생태 회복의 계기로

한국의 적정 인구 규모는 3000만~3500만명이다. 지금까지의 인구 과밀로 인한 자연 파괴를 생태친화적 지역 부활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본 가미야마 지역의 창의적 지역 재생이 좋은 보기다. 도시보다 풍성한 삶의 기회를 만들어 청년이 들어오면 아름다운 농촌을 재건할 수 있는 것이다. 관계(關係)인구의 시각에서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主)거주지와 부(副)거주지라는 복수주소제를 도입해 유동인구를 포함하는 중장기 체류인구를 수용함으로써 지방을 살리는 것도 필요하다. 주인 없는 땅을 살릴 수 있다.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입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금과 같은 지방납세제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각지의 해외 동포, 인공지능(AI) 로봇에 의한 인력 대체, 노년 인구의 활용, 통일 이후 인구 흡수를 통해 인구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지도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기존의 출산장려 정책을 대폭 보정하고 과감한 이민 수용 정책을 조속히 전개해야 한다. 출산력이 복원되려면 적어도 한 세대, 30년을 기다려야 한다. 출산율이 2.0명이 돼도 빠른 고령화로 사망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인구 증가를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작금의 출산장려금으로는 부족하다. 2005년 이후 280조원을 썼지만 효과가 없다. 출산 이후 육아 돌봄을 시작으로 보육, 교육, 취업, 주거 등 평생에 걸친 가족복지의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어린이를 책임지는 보육과 돌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해소, 결혼을 통한 가족을 넘어 사실혼을 인정하고 한부모가정도 받아들여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유럽 선진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으나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와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출산을 가로막는다. 육아휴직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면서 자녀 돌봄이 가능해져야 한다.

이민은 필수, 통합에 대비해야

경제적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이미 2017년을 정점으로 줄어들었고, 앞으로 50년 후면 절반이 된다. 매해 평균 3% 안팎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500만명가량의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

원격이주(Telemigration)에 의한 원격근무(Telework)도 한 방법이다. 고숙련은 물론 저숙련 노동력 확보를 위한 이민이 불가피하다. 고용허가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이민청이 필요하다.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에서 봤듯이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갈등 유발에 따른 준비를 해야 한다. '용광로 모델'과 '샐러드바 모델' 모두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광부를 수용한 독일 노동부 장관이 "우리는 노동자를 수입한 것이 아니다. 그들도 인간이다"라고 인권과 복지를 말한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은 순혈주의에 입각한 이주배경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다문화·다인종 지향의 세계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주배경인도 귀화 외국인,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자녀, 국적 회복 해외 동포, 조선족·고려인, 탈북민, 난민 등 서로 갈등의 소지가 적지 않다. 국민적 합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아시아연구소 창립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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