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척당 로열티만 170억” K-조선 과실 따먹는 ‘佛 핵심기술’, 우리는 못 만들까요? [세모금]
멤브레인 방식 화물창 설계, 글로벌 선사들 선호
‘슈퍼을’ GTT, 국내 기업에 무리한 요구도
“국내 독자 기술 개발된다고 해도 실제 적용 어려울 수 있어”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최근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자랑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관련 ‘화물창’이라는 곳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LNG 저장창고를 의미하는 화물창은 LNG를 초저온으로 유지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처럼 중요한 화물창에 대한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회사는 바로 프랑스의 GTT라는 곳입니다.
GTT는 화물창을 멤브레인(선체와 화물창이 일체화된 형태) 형식으로 설계했습니다. 선주들이 멤브레인 화물창을 선호하는 만큼,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GTT에 특허사용료(로열티)를 지불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GTT는 우리나라 조선업체에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있습니다.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할 때 강제로 기술 지원을 함께 판매하는 방식이죠.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GTT 행위를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 과징금 125억원 지급 등을 명령했습니다. GTT는 대법원에 공정위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요구를 신청했지만, 대법원은 최근 이를 기각했습니다.
GTT가 화물창 설계 시장을 처음부터 주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과거에는 일본 조선사들이 설계하던 ‘모스형 화물창’이 대세였습니다. 모스형은 선체에 독립된 반구형 화물창을 얹은 형태를 말합니다. 고압을 잘 견디지만, 화물창을 따로 제작해야 하는 만큼 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화물창 일부가 외부에 노출돼 비, 바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갖고 있습니다.
모스형 문제를 극복한 것이 바로 멤브레인형입니다. 멤브레인형은 선박과 화물창이 일체된 구조인만큼 외부 영향을 적게 받을 뿐만 아니라 모스형보다 더욱 많은 연료를 수송할 수 있습니다.
멤브레인형이 대세가 된 이후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LNG선을 수주할 때마다 GTT는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LNG선 가격의 5% 안팎의 로열티를 GTT 측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LNG선 평균 가격(17만4000㎥급 기준)이 2억5400만달러(약 334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조선사들은 GTT에 LNG선 1척당 최대 1270만달러(약 167억원)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커진 가운데 우리나라는 LNG선을 앞세워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글로벌 LNG선 발주량 중 95%를 수주할 정도죠.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LNG선 경쟁력을 계속 키워야 하는 우리나라에 GTT에 내는 로열티는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GTT 의존도를 줄이고자 우리나라 조선업계도 노력했습니다. 정부와 한국가스공사, 조선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LNG선 화물창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약 10여년간의 개발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KC-1’입니다.
KC-1은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KC-1이 적용된 선박들에서 연이어 결함이 발생, 선박들이 결국 1년도 되지 않아 운항을 중단했기 때문이죠.
난관에도 정부와 업계는 포기하지 않고 KC-1 후속작인 KC-2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KC-2는 KC-1에서 보냉 성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KC-2 기술이 선박에 언제 적용될지는 미지수입니다.
KC-2가 혹여 시장에서 인정받더라도 국내 조선업계가 당장 GTT 의존증을 벗어날지 의문입니다. 선박 건조 계약 과정에서 선주들이 GTT가 설계한 멤브레인형 화물창을 넣으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신기술보다 오랜 기간 시장에서 검증된 GTT 설계를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물창 설계 기술이 개발됐다고 하더라도 GTT의 견제와 선주들의 요구로 인해 조선사들이 국내 기술을 적용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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