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천장에서 내려와 … 신개념 로봇 알바생 납시오
식당 천장 레일 따라 이동해
8월 제품 공개하고 현장 실증
오가는 손님과 충돌 위험 없고
좁은 공간서도 쉽게 이용 가능
최근 외식업계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서빙로봇을 운영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자율주행 서빙로봇이 홀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갖다주고 빈 그릇을 받아오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로봇 전문업체 택트레이서가 천장 레일을 타고 움직이면서 스스로 테이블을 찾아 음식을 내려주는 신개념 서빙로봇을 개발했다. 주행 중 사람과 부딪히거나 테이블 위치가 바뀌면 찾아가지 못하는 기존 서빙로봇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택트레이서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천장 레일 이동형 인공지능(AI) 서빙로봇 '범블비(BUMBLEBEE)'를 새롭게 개발하고 범블비의 구동 메커니즘과 구조·기능에 관한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택트레이서는 오는 8월 범블비 시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철우 택트레이서 대표이사(CEO)는 "우선 70평짜리 사무실 공간에서 시연한 뒤 회사가 있는 안산시 내 식당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5곳에 무료로 설치해 현장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범블비는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으며 큰 화제를 모은 택트레이서의 AI 재고관리 로봇 '스파이더고(SpiderGo)'의 차기작이다. 스파이더고는 어떤 공간이든 천장에 레일만 설치하면 로봇이 와이어에 매달린 채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카메라를 통해 적재 상품을 스스로 인식하고 실시간 수량, 상태 등을 3차원 지도에 표시해준다. 레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드론이나 로봇과 달리 좁은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와이어를 이용해 수직 이동이 가능하고, 로봇이 팔을 뻗을 수 있어 레일을 촘촘하게 설치할 필요도 없다.
범블비의 구동 방식 역시 스파이더고와 비슷하다.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이동하고 AI를 활용해 정해진 테이블 위치를 스스로 찾아가 와이어로 내려와 도킹한다. 기존 자율주행 서빙로봇은 초기에 세팅해놓은 테이블 위치에서 조금만 바뀌어도 로봇이 테이블을 찾아갈 수 없었지만, 범블비는 테이블에 부착하는 작은 금속 마커(QR코드나 숫자가 새겨진 도킹 플레이트)를 통해 테이블을 추적하기 때문에 테이블의 위치가 바뀌어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특히 천장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홀에서 사람이 다니는 길을 이용해 움직이는 자율주행 서빙로봇처럼 오가는 사람들과 충돌할 위험이 없다. 또 의자 같은 장애물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룸이나 야외 테라스 공간도 레일 구조물만 있으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동 중에는 트레이 도어가 닫혀 음식이 든 3단 트레이를 완전히 감싼 상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음식이 쏟아지거나 부딪혀 그릇이 깨질 위험도 거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범블비의 트레이는 서빙 트레이와 회수 트레이 두 가지 형태다.
또 로봇 팔을 이용해 반경 2m까지 테이블 위로 트레이를 뻗을 수 있어 레일은 천장에 약 4m 간격으로만 설치하면 된다. 크기가 20평(약 66㎡)인 음식점의 경우 홀에는 레일 2줄이면 충분한 셈이다. 설치 비용이나 시간도 적은 편이다. 레일을 설치하는 데 1~2일이면 충분하고 천장에 3m 간격으로 앵커를 박은 뒤 레일을 조립하는 과정만 거치면 된다. 해체 역시 간단하다. 천장에는 구멍 몇 개만 남게 된다.
택트레이서에 따르면 레일 설치비는 1m당 10만원대로 매장당 평균 300만원 이내다. 인테리어 요소로 조명을 더한 레일은 m당 15만원이다. 3년 단위 리스 계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월 대여 비용은 대당 50만원이고 2대 이상부터는 대당 40만원에 대여가 가능하다. 기존 자율주행 서빙로봇의 월 대여 비용(30~50만원)과 비슷하거나 살짝 높지만, 범블비는 기존 서빙로봇이 높은 혼잡도로 원활한 주행과 작업을 할 수 없었던 점심, 저녁 피크 시간대에도 동일하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건비 절약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약 시 레일 설치비의 50%는 환급받을 수 있다.
택트레이서는 현재 다양한 수요처와 범블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 현장 실증을 마치고 나면 하림산업이 운영하는 경기 성남 판교에 소재한 음식점 10여 곳에 범블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림그룹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 일대 9만4949㎡ 용지에 연면적 140만㎡ 규모로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최대 주상복합 물류단지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에도 스파이더고와 함께 투입된다.
내년부터는 해외 진출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우선 미동남부한인외식협회 등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미국 외식 시장에 범블비를 공급할 계획이다. 택트레이서는 이경철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정무 수석 부회장과 최근 만나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전 대표는 "미국 투자를 시작으로 범블비와 스파이더고의 해외 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범블비와 같은 형태의 AI 서빙로봇은 전 세계적으로도 최초다. 중국에서 천장을 통해 이동하는 서빙로봇이 최근 상용화되긴 했지만 로봇 팔이 없어 테이블 바로 위로 촘촘하게 레일을 설치해야 하고 테이블 위치가 바뀌면 음식을 서빙할 수 없어 비용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서빙로봇 보급 대수는 2021년 3000대에서 지난해 5000대까지 늘었고, 올해는 1만1000대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외식업 종사자의 평균임금은 월 226만3000원으로 2017년(185만7000원)보다 21.9% 올랐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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