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경고음…예금보호한도 증액·안정계정 도입해야"

문혜현 2023. 4. 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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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금융노조 토론회
이용우 "금융안정계정, 출자·책임 정해야"
금융리스크 모럴해저드 지적도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 '위험한 불장난'"
은행 외 금융사의 부실 문제와 관련해 예금자보호한도를 증액하되 차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혜현 기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불안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하고 금융안정계정의 책임과 출자를 명확히 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이용우·민병덕·김한규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경제연구소가 공동주관한 '세계 은행위기, 한국 금융은 안전한가' 토론회에서는 건전성이 양호한 시중은행 외 금융기관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위기시 적재적소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카카오뱅크 대표를 지낸 이용우 의원이 발제자로 나서 주요은행보다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증권사 등 금융기관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 교수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소수의 거액 예금자로부터 '뭉칫돈'을 조달했고, 대출보다 유가증권 투자 비중이 높았다"며 "이번 사태는 밀려오는 유동성의 저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 다만 은행 외 금융권은 잠재적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면서 "어디에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면 뱅크런이 날 수 있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의 5가지 질적 특징으로 △예금보험제도 외부에서 요구불 예금을 유치한 곳 △금리인상에 취약한 부문에 자금을 운용한 곳 △자기자본비율이 취약한 상태에서 연체율이 상승한 곳 △고유계정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별도계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곳 △금융감독원의 공식적인 감독을 받지 않는 곳을 꼽았다.

전 교수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사례를 들며 "우리가 많은 회사(금융사)를 날리면서 세 가지 원칙을 만들었다. △판매와 운용 분리 △고유계정과 신탁계정 분리 △원금보장 안함 이 세 가지가 지금도 지켜지고 있는지 감독당국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특히 증권사에 대한 법인지급결제 허용 논의에 대해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금융투자회사가 환매가능하고 원금보장되는 부채를 판다는 건 위험하다. 요구불예금(원금보장과 수시출금이 가능한 부채)을 엄격히 규제받지 않는 곳에서 팔면 큰일날 수 있다"며 "SVB는 금융지주사로서 강한 감독을 받고 산업자본 영향이 없는 데도 망했다. 과거 공사채형 투자신탁 실패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안정을 위한 '정공법'도 제시했다. 전 교수는 "예금보험계정의 재무적 충실화가 시급하다. 보호한도를 현행 5000억원에서 1억원으로 인상하고 최소 보험료 한도를 증액해야 한다"며 "차선책으로 '금융시스템 안정계정'을 신설해 금융권역과 무관하게 금융시스템 위기 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센터장은 "예보제도 외부라 하면 보호한도 초과예금을 통한 조달이나 비예금부채를 통한 조달이 있을 수 있다"며 "전자는 보호한도 상향을 통해 고전적 뱅크런에 대응하고, 후자는 금융안정계정 입법으로 섀도우뱅크런을 억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금융안정계정의 경우 출자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은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법인이나 부자들의 예금을 일반 서민들에게 전가하는 구조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도 위기상황에서 예금 전액보호 조치를 내렸으나 정치적 논란과 은행의 위험관리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문제에 직면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저축은행에 대해 예금보험 한도를 상향하면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서 "바로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 저축은행 계좌의 적자 상태를 어떻게 할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안정계정 논의와 관련해선 "출자를 어디서 하는지 누가 책임을 지는지 정해야 하고, 그러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데엔 찬성하지만 누가 얼마만큼 부담하고 누가 금융위기 시점인지 판단할 것인지 봐야 한다"며 "은행과 저축은행 예금자 보호를 똑같이 하는 게 맞는가. 책임 없이 모든 리스크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경제 논리상 맞는지 물음에 심각한 문제가 잠재될 수 있다"고 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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