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유라시안 엔드게임 3편: 가믄의 비밀' 출간... 한일 고대사의 암호 임나(任那)의 뜻 풀리나

김정환 2023. 4. 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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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회담과 경제계의 관계 개선을 위한 교감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이런 때일수록 양국 모두 객관성 있는 정보와 실체적 진실에 기초한 책임 있는 지성에 기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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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안 엔드게임 3편: 가믄의 비밀 556페이지
양국 정상회담과 경제계의 관계 개선을 위한 교감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이런 때일수록 양국 모두 객관성 있는 정보와 실체적 진실에 기초한 책임 있는 지성에 기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대사가 대표적 예다. 사료의 빈약함은 오해를 방조하는 주요 원인이다. 그나마 남은 사료마저도 자국 위주의 관점에서 기술되었을 가능성이 커 논쟁의 대부분이 해석의 영역에 속한다. 국수주의 이론가들이 종종 상대에 대한 우월성 주장을 위한 재료로 삼는 이유다.

이에 갑골문 당시의 글꼴과 음운 기호 분석을 통해 고대사 해석에 있어 이론적 차원에서 객관성을 제고하자는 주장(유라시안 엔드게임 3편: 가믄의 비밀, 강성운)이 신간을 통해 제기되었다. 고대 기록물은 상형문인 갑골문을 토대로 형성과 회의의 과정을 거쳐 사서에 기록되었으므로, 고대인의 사고 체계 이해를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 차원의 접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예가 사학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인 임나(任那, 일본어 미마나)에 대한 해석이다. 갑골문 글꼴과 음운을 통한 해석에 의하면 임나의 본뜻은 어머니의 땅이라는 주장이다.

문제의 임나(任那) 표기 중 이론의 여지가 없는 나(那) 자를 제외하면, 임(任) 자의 갑골문 글꼴은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다. 포대기를 짊어진 사람 형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편적 차원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는 확증 편향에 대한 반론 극복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갑골문 이후 등장한 글꼴인 금문체를 분석하면 이는 억측임을 알 수 있다. 

서주 시대 중기에 들어서면 포대기 대신 아기를 땅바닥에 내려두고 돌보는 형태(任)로, 전국시대 후기에는 받침대 위에 올려두고 돌보는 보모의 형상(賃)으로 파생된다. 현행 임(賃) 자의 본뜻이 양육에 있었으며, 원래는 임(任) 자에서 유래한 글자임을 잘 알 수 있다. 이는 갑골문 시대인 상나라 때 등에 짊어진 대상이 아기를 싸맨 포대기라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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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포대기에 싸매는 한국인의 전통 방식을 고려할 때, 오른쪽 임(壬) 자의 갑골문이 실타래에 실을 감은 형상이라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설문해자에 의하면 임(壬)은 방위로는 만물이 생성되는 북방을 뜻한다. 저자는 “고대인이 왜 규슈 북서방 바다 이름에 ‘감’이나 ‘가마(가믄)’ 음운의 현(玄) 자를 부여했는지 한·일 양국 국민 모두 겸허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어 임(任) 자의 한국어 새김이 ‘맡기(-다)’이고, 일본어는 ‘마카(-스)’라는 음운론에 주목한다. 두 언어 모두 ‘마-’ 계통 음운 기호가 코딩되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양육이나 위임의 뜻 이전에 음운 자체에 중대한 권한을 시사하는 크다(大, 長)는 뜻이 기본 탑재되었다는 논지이다. 

저자는 “일본어 서수 체계가 한국어와 같음에도 공간 관념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 점이 일본 열도 내에서 규슈를 정점으로 상하와 좌우가 구분되는 독특한 평면적 체계라는 점”이라며, “일본어 우측(미기)과 서수 셋(미)의 음운이 임나에 코딩된 ‘미(み)’와 동일 음운인 점은 우연이 아니”라고 부연한다. 일본어 서수 체계에서 셋(3)은 한반도라는 뜻이다.

이어 “각자의 두뇌 속에 클라우드 저장소의 형태로 저장된 음운 기호가 고대사 해석에 있어 객관성 확보에 얼마나 유용한지 보여주는 일례”라며, “동양인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논거로 독도 문제 등의 이견을 좁히고 합리적으로 푸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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