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알뜰폰 진출, 과기정통부 ‘적극 행정’이 필요한 이유
과기정통부 신고된 50개사 중 44개 정도가 중소알뜰폰
시중은행도 통신 3사 자회사 수준 규제는 받아야
조건다는데 소극적인 금융위와 과기정통부
금산 분리 취지 흔들고, 부처 존재이유 흔들릴 수도
금융위원회가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 업무로 인정하면서, KB국민은행 ‘리브엠’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봇물 터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알뜰폰 진입은 통신 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해 가계통신비를 낮추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나, 시중은행들이 포식자로 활동하며 중소 알뜰폰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도 크다. 그럴 것이 평균 매출액 100억 원 정도에 겨우 흑자를 내는 알뜰폰 업계에 연간 매출액 49.43조 원, 영업이익 3.83조 원에 달하는 공룡(KB국민은행)이 등장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에 취해 조건을 다는 데 소극적이거나 서로 떠넘긴다면, 알뜰폰 생태계가 붕괴해 장기적으론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정책 목표마저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0원 요금제’ 혈투…50개 중 44개 정도가 중소규모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알뜰폰 사업자는 50개다. 이중 KB국민은행과 SKT자회사(SK텔링크), KT 자회사(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 자회사(미디어로그·LG헬로비전) 정도를 뺀 44개 정도가 중소규모다.
그런데 최근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0원 요금제’ 기간 프로모션을 출시하며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KB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기 전 최대한 가입자를 모으려는 것이다.
중소 알뜰폰 회사 관계자는 “KB는 혁신금융 특례로 서비스했던 지금까지도 막강한 자금력을 활용해 원가에 해당하는 도매대가 보다 30% 이상 낮은 요금으로 가입자를 모집하며 빠르게 성장해왔는데, 정식 서비스까지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두렵다”고 했다. 중소 알뜰폰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등은 수차례 성명서를 내며 금융위의 부수업무 지정을 반대하고, KB의 과도한 염가판매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중은행도 통신 3사 자회사 수준 규제는 받아야
이제 중소 사업자들은 시중은행 알뜰폰에 대해서도 이동통신3사 자회사 알뜰폰에 가하는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단 입장이다. 현재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들은 △점유율 제한 △도매대가 이하 판매 금지 △영업망 공유 금지 △정규 요금제 대비 할인 판매 기간 6개월 이내 제한 규제 등을 받고 있다. 시중 은행들도 대기업이니 이 정도의 규제는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로선 공룡이든 저승하자든 요금만 낮아지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금융과 통신간 융합 같은 서비스 혁신이 아니라 자금력을 활용해 가격만 낮춰 중소 알뜰폰 회사들이 퇴출한다면 결국 알뜰폰 시장마저 소수 대형 회사들만 있는 과점 시장으로 전락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건다는데 소극적인 금융위와 과기정통부
그러나, 금융위는 물론 통신정책의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도 소극적이다.
금융위는 은행 부수업무 지정 사실을 발표한 지난 12일, “가격, 점유율 규제는 통신 분야를 관장하는 과기부에서 다루는 이슈”라고 물러섰다. 과기정통부 역시 “당장 규제를 논하기는 알맞지 않다”고 밝혔다. 오히려 차관이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 M&A 활성화 등을 언급하는 등 중소 알뜰폰의 퇴출을 희망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금융과 통신을 관장하는 양 부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극심한 경제 침체 속에서 중소 알뜰폰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이 같은 무책임한 태도는 두 부처의 존재 이유를 뒤흔들 수도 있다.
아무 조건 없는 시중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서민의 피땀 어린 이자로 거둔 이익이 금융 소비자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샌다’, ‘은행이 자금력으로 다른 산업을 장악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져 금산 분리의 취지마저 뒤흔들 수 있다.
타 부처의 ‘부수적’ 의사 결정에 흔들리는 통신 정책은 ‘통신시장의 질서를 금융자본에 내줬다’는 비판으로 이어져 과기정통부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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