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무조건 면책?…法 "우울증 극단 선택하면 보험금 줘야" 

류정현 기자 2023. 4. 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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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더라도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한 것이라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보다 신속하게 보험금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7일 새마을금고중앙회와 DB손해보험에 대해 수면장애 등으로 힘들어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A씨의 유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씨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뇌실내출혈, 고혈압, 편마비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A씨는 치료를 시작한 지 약 6개월이 흐른 같은 해 10월 병실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습니다.

A씨의 유가족은 가입돼 있던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A씨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DB손해보험에 각각 2011년, 2020년 보험을 들어놨습니다.

그런데 두 회사는 A씨 유가족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면책 사유'에 보험 가입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가 포함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두 회사의 판단이 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A씨는 사망 전에 상당한 정도의 우울장애를 앓고 있었다"며 "정신질환 또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두 회사가 A씨와 맺은 보험 계약 약관에는 '보상하지 않는 손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여러 사유 중 보험 가입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다만 약관에는 보험 가입자가 스스로 자신을 해쳤더라도 정신질환이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적혀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겁니다.

A씨의 남편은 "아내를 먼저 보내놓고 보험금 청구를 하려고 하니까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며 "그런데 보험사에서는 지급을 거절해 더 답답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세영 보험전문 변호사는 "법원이 (비슷한 사건에서) 앞으로 이런 판단을 계속해서 나갈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과거에 비해서는 훨씬 더 승소할 확률이 올라간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가족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남겨진 유가족들이 보험금을 수월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한 변호사는 "가족이 돌아가신 상태에서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 소송까지 해야 한다는 점에 도의적으로 저항감을 많이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이나 시간도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런 부분 때문에 많이 어려워한다"고 밝혔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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