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지루였을까’ 나폴리의 탈락, 그래서 아쉬운 김민재의 공백
중요한 경기에서 김민재(나폴리)는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 있었다. 1차전에서 얻은 뼈아픈 경고 1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나폴리는 이기지 못했고, 다음 라운드 진출에도 실패했다. 더구나 나폴리의 꿈을 뺏은 선수가 김민재 자신이 1차전에서 완벽히 막아냈던 선수였기에 더욱 뼈아팠다.
나폴리는 19일 이탈리아 나폴리의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경기장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홈경기에서 AC밀란과 1-1로 비겼다. 원정에서 치른 1차전에서 0-1로 패했던 나폴리는 1·2차전 합계 1-2로 뒤져 4강 진출이 무산됐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 올랐지만, 이번 시즌 자신들의 천적인 AC밀란의 벽을 또 넘지 못했다. 나폴리는 리그를 합쳐 AC밀란과의 최근 3번의 공식전에서 1무2패에 그치고 있다.
김민재는 1차전에서 심판 판정에 과격하게 항의하다가 대회 3번째 경고를 받고 경고 누적으로 이번 2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이날 나폴리의 4강 희망을 끊은 것은 AC밀란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였다. 지루는 전반 22분 페널티킥을 실축해 체면을 구겼지만, 전반 43분 하파엘 레앙의 컷백을 절묘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나폴리는 후반 들어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후반 36분 상대 핸드볼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실축하는 등 결정적인 찬스들을 모조리 날렸고, 후반 추가시간 빅터 오시멘의 헤딩골로 간신히 무승부를 거두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루는 1차전에서 김민재에게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당시 지루는 슈팅 2개를 기록하긴 했지만 유효슈팅은 단 한 개도 없었고, 키패스 1차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김민재에게 철저하게 틀어막혔기 때문이다. 193㎝ 장신인 지루는 공중볼 플레이에 능한 공격수인데, 1차전에서 김민재는 공중볼 경합에서만 7번을 승리하는 등 지루의 장점을 모조리 봉쇄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 지루는 슈팅 3개를 전부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 등 1차전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공중볼 경합에서 무려 6번을 승리하는 등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다 살렸다. 김민재를 대신해 출전한 주앙 제주스는 공중볼 경합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큰 활약이 없었다. 스포츠에 ‘만약’은 없지만, 김민재가 있었더라면 결과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한 나폴리는 이제 리그 우승에 집중할 일만 남았다. 승점 75점으로 2위 라치오(승점 61점)에 크게 앞서 있어 우승이 확실시된다. 팀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1989~1990시즌 이후 33년 만의 리그 우승도 중요하다. 김민재가 다시 집중해야 할 때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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