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등장한 ‘영길이 형’…송영길, 어디까지 개입됐나

강래구-이정근 통화 녹취록서 송 전 대표 여러 차례 언급
檢, 강 위원 2차 소환조사…구속영장 청구 저울질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1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송영길 전 대표를 향해 뻗어가고 있다. 당시 캠프 인사들의 관여 정황이 하나둘 드러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 인지를 넘어 직접 관여했다는 내용의 녹취록까지 확인되면서 파장이 확산할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돈봉투 살포 의혹 중심에 있는 핵심 인물들을 잇달아 소환해 구체적인 자금 조성 경위와 규모, 전달 통로 및 돈을 받거나 관여한 당내 인사 등을 캐묻고 있다. 

검찰은 의혹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을 이날 2차 소환해 조사 중이다. 지난 16일 1차 조사 이후 사흘 만의 재소환으로,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강 위원은 민주당 이성만·윤관석 의원과 함께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당내 불법 자금 살포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된 인물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측에서 뿌린 자금 총 9400만원 가운데 8000만원을 강 위원이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위원은 해당 자금을 대전 지역 사업가 등 지인들로부터 모은 것으로 의심받는다. 

검찰은 자금책 역할을 맡았던 강 위원을 상대로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지시·인지 범위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강 위원이 이번 의혹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대화하면서 송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인지를 추정케 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녹취록에는 자금 마련책을 맡았던 강 위원이 이성만 의원이 전달해준 돈봉투를 지역본부장들에게 나눠준 사실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하자 "잘했다"고 격려했다고 이 전 부총장에게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부총장이 강 위원에게 "'송(영길)이 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묻더라"고 말하거나, 이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내가 송(영길)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라고 언급한 부분도 있다.

또 강 위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영길이 형이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고 말한 내용도 확인됐다. 이는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전달 등을 보고받고 있었고, 맥락에 따라 직접 돈 전달에도 관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연합뉴스

검찰 수사가 송 전 대표로 뻗어가려면 녹취 파일에 등장한 내용을 입증할 만한 증거나 신빙성 있는 진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녹취록에 송 전 대표가 직접 등장한 것이 아닌 데다, 단순히 녹취 파일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할 수 없어서다. 

검찰은 돈봉투를 뿌린 송 전 대표 측 공여자들에 대한 수사에 집중한 뒤 수수자들로 점차 확대해 나가면서 송 전 대표가 어디까지 개입했는 지를 규명할 방침이다. 일단 송 전 대표에 대해서는 돈봉투 살포로 인한 '수혜자'로 판단, 관련 인물 조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 등을 분석해 의혹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별건으로 구속기소된 이 전 부총장을 전날 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했고, 조직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전 지역위원장 강아무개(66)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송 전 대표 의원실에서 근무한 보좌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방침이다.  

현재까지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살포 의혹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선을 긋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일 뿐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해외에 있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