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말해요' 이성경에게 남은 것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사랑이라 말해요’가 남긴 것은 명확했다. 많이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배울 것들이 아직 많다는 것. 자만하지 않고 늘 새내기 같은 마음으로 연기에 열심을 쏟을 결심까지. ‘사랑이라 말해요’를 통해 앞으로의 원동력을 얻은 배우 이성경이다.
지난 12일 종영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극본 김가은·연출 이광영)는 복수에 호기롭게 뛰어든 여자 우주(이성경)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김영광),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남녀의 감성 로맨스로, 이성경은 극 중 아버지의 불륜 상대 마희자(남기애)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들 동진에게 접근하는 우주를 연기했다.
이성경은 처음 ‘사랑이라 말해요’를 제안받았을 때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전개와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선 묘사 등을 통해 좋은 작품이 될 거란 기대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소재 때문에 센 복수극인 줄 알았지만, 들여다볼수록 복수 같은 건 할 줄 모르는 여린 우주에게 더 정이 갔다고 했다. 이성경은 “감독님이 ‘우주는 날카롭게 생긴 두부’라고 하셔서 공감이 많이 됐다”라고 했다.
우주가 되기 위해 이성경은 우선 우주가 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 작품마다 하는 준비 과정이라고. 이성경은 “일기를 쓰다 보니 우주의 마음이 공감이 되더라”면서 “우주는 단순하고 아이 같은 부분이 크다 보니까 복수하겠다고는 했지만 하지도 못할 정도로 허술하다”라고 했다.
여태 해왔던 캐릭터들과는 달리 톤이 어두운 캐릭터라고 해서 그대로 연기하려 하지 않았다는 이성경이다. 그는 “힘들 때 웃기도 하지 않나. 그래서 우지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인위적인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그 인물이 현실적으로 살아갈 때 어떻게 할까 고민했고, 그렇게 느껴지는 감정이 우주의 마음일지, 우주의 마음이 무엇일지 집중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일례로 부스스한 긴 머리를 질끈 묶은 헤어스타일에서도 캐릭터의 전사를 스스로 생각하며 캐릭터에 다가갔다. 이성경은 “우주가 머리를 묶고 나오는 것도 누구는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워서 단발머리를 하지만, 누구는 미용실 가는 것조차 귀찮거나 여력이 없어서 머리를 기르지 않나. 그런 세세한 것들에서 우주의 지나온 삶을 생각하려고 했다”라고 했다.
다만 소재 때문에 통쾌한 복수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하긴 했다. 특히 우주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호피 무늬 원피스와 하이힐을 신고 갔다가 더 상처만 받고 주저앉아 우는 장면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마조마했다고. 이성경은 “초반이라 우주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안 된 상황 아닌가. 시청자들이 우주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됐다”면서 “너무 감사하게도 우주를 처음부터 짠하게 봐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절대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설정인 우주와 동진의 감정선도 이성경이 시청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했던 부분 중 하나다. 아버지 불륜 상대의 아들과 사랑이라니. 텍스트만 놓고 보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우주와 동진이의 사랑은 이성경과 김영광의 담백하면서도 밀도 있는 연기를 통해 설득력을 얻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성경은 “우주의 사랑은 삶에 지쳐있는 동진을 보며 챙겨주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가 우주도 동진의 호감을 받으면서 어느새 동진 앞에 서있는 본인이 여자일 수 있겠다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이성경은 “동진이 자신의 복수 상대가 아니라는 안 순간 외면했던 마음들이 터졌던 것 같다”면서 “우주와 동진이가 드라마틱하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단계를 잘 밟아서 서로에게 스며들지 않나. 전개가 억지스럽지 않아서 어려움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10년 지기인 김영광과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성경은 김영광에 대해 “앞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니까 훨씬 몰입이 잘 되더라”라고 했다. 또 “촬영할 때 어렵고 지칠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묵묵하게 어른처럼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까지 챙기고 있더라. 배울 점이 많았다”면서 김영광에 대한 깊은 감사를 전했다.
김영광뿐만 아니라 ‘사랑이라 말해요’는 이성경에게 많은 것들을 남겼다. 김영광을 포함해 좋은 배우들, 감독, 작가 등 온 제작진이 만들어 준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이성경이다. 그는 “저는 우주만 연기했으면 됐으니 참 축복받은 거 아닌가. 정말 많이 배웠다”라고 했다.
그 어느 작품보다 많은 걸 배웠던 ‘사랑이라 말해요’였기에 이성경은 인터뷰하는 순간까지도 깊은 여운 속에 살고 있었다. “이런 결의 작품을 더 하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자신만큼이나 함께 울고, 웃어준 주변 사람들과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는 제가 아직도 새내기 같아요. 요즘 제가 더 느끼는 게 연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때마다 한선규 선배님이 ‘내 연기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끝이다’라고 하셨던 말씀을 생각하며 힘내면서 하고 있어요. 어쨌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사랑이라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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