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전쟁에 몸은 파김치”…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타보니 [밀착취재]

강승훈 2023. 4. 19. 1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승강장 내려가는 지하 3∼4층 연결 계단까지 늘어선 긴 줄
혼잡률 최대 289% 언제든 큰 인명사고 일어날 위험성 내포
평균 나이 74세 노인도우미 안전업무 담당 무리란 지적도

“매일같이 출퇴근길 전쟁을 치르는 심경입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불안함으로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5시 김포도시철도(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전동차를 타고 내리는 게 ‘고통’이라고 요약했다. 운양동의 집에서 서울 직장을 오간다는 그는 얼마 전 겪은 끔찍한 기억을 전했다. 당시 콩나물 시루 같은 열차에 몸을 실었는데, 옆에 섰던 남성이 팔꿈치로 자신의 옆구리를 세게 때리면서 한순간 숨이 턱 막혔다. 곧 진정은 됐지만, 어디에 하소연도 못했다. 그 이후 무의식적으로 남성은 피한다고 했다. 

김포골드라인을 타려는 시민들이 김포공항역 상행선 승강장에 빼곡하게 몰려 있다.
아직 직장인들의 귀가 시간은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이미 상행선 승강장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차츰 늘어나는 인파는 1시간이 흐른 오후 6시가 넘자 지하 3∼4층 연결 통로까지로 번졌다.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곳곳에 배치된 어르신 요원들이 승객을 분산시키면서 대기행렬이 계단으로 줄을 지은 것이다. 그렇게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데에만 20분이가량 걸렸다. 이후에도 바로 탑승은 어려웠고, 3대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몸을 실었다.

힘든 여정은 다시 시작됐다. 평균 242%, 최대 289% 수준이라는 혼잡률(수송정원 대비 수송 인원)이 몸으로 직접 전해졌다. 앞·뒤, 옆 사람들의 숨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고촌역을 지나 김포시청이 위치한 풍무역에 잠시 정차한 뒤 출발할 때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승객이 일부 늘어난 탓이다. 서울 성북구의 대학교를 통학한다는 한 시민은 “약간 과장해서 표현하면 심할 땐 공중부양된 것처럼 발이 바닥에서 들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퇴근 시간과 맞물려 김포골드라인 내 승객들이 콩나물시루처럼 겹겹이 싸여 있다.
쉼없이 상승하던 객실 안의 온도는 10개 정거장의 반을 지나면서 차츰 내려갔다. 현장에서 접한 다수의 시민들은 오전 7∼9시 출근 시간이 더 문제라고 꼬집는다. 대규모 신도시로 개발된 장기·운양·걸포북변에서 탑승 인원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넘친다. 2량짜리 꼬마 열차는 정원이 172명에 불과하지만 2.2배에 달하는 370명가량이 타는 것으로 집계됐다. 승객끼리 몸이 밀착돼 열차 내 이동이 불가한 수준이다. 언제든 큰 인명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김포골드라인운영㈜에 따르면 올해만 벌써 18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1일까지 101일 동안 5일에 한번꼴로 긴박한 순간이 연출된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1월에 11일 김포공항역 메스껍고 어지러움, 20일 걸포북변역 의식잃음, 27일 고촌역 공황장애로 쓰러짐 등의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에는 7일 열차 내 저혈압 환자 추정, 9일 풍무역 승객 난동, 16일 열차에서 압박으로 인한 부상, 20일과 22일에 각각 김포공항역 의식잃음·과호흡 등이 나타났다. 월별로는 1월 3건, 2월 5건, 3월 5건, 이달에는 11일 기준으로 5건 등 모두 18건으로 집계됐다. 장소별로는 ‘열차 안’ 7건, 김포공항역 승강장 6건 등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지옥철’에 시달리는 민심을 달래고자 최근 정부가 직접 나섰다. 골드라인 승객이 다른 교통수단으로 분산되도록 개화역∼김포공항 입구 버스전용차로 신설, 전세버스 투입,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하는 DRT(수요응답형버스) 배치 등이 제시됐다. 혼잡도를 200% 미만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하지만 시민들은 철도의 정시성이나 편리함으로 그다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 혼잡한 시간에 안내도우미를 채용 중인 단기적인 응급처치도 비난이 거세다. 노인일자리 프로그램을 통해 투입된 인력은 평균 나이 74세로 안전업무를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포도시철도지부 이재선 지부장은 “출퇴근 시간 김포공항역에는 질식의 공포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열차에서 내려 발길을 떼지 못하고 쉬는 모습이 자주 보여진다”라며 “가장 안전하지 못한 지하철, 고장철, 골병라인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중앙·지방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글·사진 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