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전쟁에 몸은 파김치”…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타보니 [밀착취재]
혼잡률 최대 289% 언제든 큰 인명사고 일어날 위험성 내포
평균 나이 74세 노인도우미 안전업무 담당 무리란 지적도
“매일같이 출퇴근길 전쟁을 치르는 심경입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불안함으로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5시 김포도시철도(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전동차를 타고 내리는 게 ‘고통’이라고 요약했다. 운양동의 집에서 서울 직장을 오간다는 그는 얼마 전 겪은 끔찍한 기억을 전했다. 당시 콩나물 시루 같은 열차에 몸을 실었는데, 옆에 섰던 남성이 팔꿈치로 자신의 옆구리를 세게 때리면서 한순간 숨이 턱 막혔다. 곧 진정은 됐지만, 어디에 하소연도 못했다. 그 이후 무의식적으로 남성은 피한다고 했다.
힘든 여정은 다시 시작됐다. 평균 242%, 최대 289% 수준이라는 혼잡률(수송정원 대비 수송 인원)이 몸으로 직접 전해졌다. 앞·뒤, 옆 사람들의 숨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고촌역을 지나 김포시청이 위치한 풍무역에 잠시 정차한 뒤 출발할 때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승객이 일부 늘어난 탓이다. 서울 성북구의 대학교를 통학한다는 한 시민은 “약간 과장해서 표현하면 심할 땐 공중부양된 것처럼 발이 바닥에서 들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포골드라인운영㈜에 따르면 올해만 벌써 18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1일까지 101일 동안 5일에 한번꼴로 긴박한 순간이 연출된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1월에 11일 김포공항역 메스껍고 어지러움, 20일 걸포북변역 의식잃음, 27일 고촌역 공황장애로 쓰러짐 등의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에는 7일 열차 내 저혈압 환자 추정, 9일 풍무역 승객 난동, 16일 열차에서 압박으로 인한 부상, 20일과 22일에 각각 김포공항역 의식잃음·과호흡 등이 나타났다. 월별로는 1월 3건, 2월 5건, 3월 5건, 이달에는 11일 기준으로 5건 등 모두 18건으로 집계됐다. 장소별로는 ‘열차 안’ 7건, 김포공항역 승강장 6건 등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외 혼잡한 시간에 안내도우미를 채용 중인 단기적인 응급처치도 비난이 거세다. 노인일자리 프로그램을 통해 투입된 인력은 평균 나이 74세로 안전업무를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포도시철도지부 이재선 지부장은 “출퇴근 시간 김포공항역에는 질식의 공포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열차에서 내려 발길을 떼지 못하고 쉬는 모습이 자주 보여진다”라며 “가장 안전하지 못한 지하철, 고장철, 골병라인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중앙·지방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글·사진 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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