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원료 끊으면 약도 없다"… 원료의약품 자급 지원 시급

박미주 기자 2023. 4. 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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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의약품 수입액 중 중국 비중 41%로 최고,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4.4%… "보건안보 강화해야"

국내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하면서 '보건안보'를 위해 자급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원료의약품의 경우 75% 이상을 수입하고 있고 그 중 41%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 자급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중국 등에서 원료약의 공급을 중단할 경우 국민 건강이 위협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필수의약품 중에서도 아스피린 등 24품목의 원료의약품이 공급 중단되며 '의약품 품절 대란'이 일기도 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김민석 의원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필수의약품 및 원료 생산기반 강화 방안 모색' 포럼을 열고 "필수의약품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기본적인 물품이지만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필수의약품 및 원료 생산기반 강화는 현 시점에 우리가 꼭 풀어야 할 숙제인 만큼 보건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의약품 자급도는 낮아지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09년 81.0%였던 완제의약품의 자급도는 2019년 74.2%, 2021년에는 60.1%로 하락했다. 원료의약품은 더 심각하다. 2017년 35.4%였던 자급도가 2019년 16.2%로 최저치를 경신했고 2021년에도 24.4%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료의약품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2021년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액(약 2조3954억원)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1%(수입액 7억4022만달러, 약 9774억원)로 가장 높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료의약품 금액 비중이 2위 수입국인 일본(2억2100만7000달러) 수입액의 3배 이상에 달한다. 이에 중국 등에서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면 최악의 경우 아파도 약을 못 먹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미 2020년 코로나19 위기로 중국의 원료의약품 공장이 멈춰선 당시의 여파로 또 다른 원료의약품 주요 수출국인 인도에서 약품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필수의약품 공급이 종종 중단된다. 이날 안명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본부장의 '국내 필수의약품(원료의약품) 관리 및 공급현황'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9월까지 5년간 국가필수의약품 중 원료의약품을 이유로 공급이 중단된 약품이 아스피린, 페니실린 등 24개 품목이다. 해외 수입의존도가 높은 의약품 중 국산화가 시급한 품목은 72개 품목이다.

이에 정부가 정책 지원을 통해 필수의약품의 자급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명수 본부장은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과도한 경쟁 초래, 보험 약가의 일괄 인하 등으로 제약사들이 손실 보전을 위해 해외 원료를 사용하면서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하게 됐다"며 "필수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의약품 목록과 연구개발(R&D) 및 국내 생산 기반 구축 지원, 원료의약품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자사원료 사용 시 보험우대기간 연장, 혁신기업 원료 사용 시 보험우대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포럼 발제자인 박실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원료의약품의 국내 제조 역량 제고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 기술개발에 6000만달러(약 794억원)를 지원했고, 유럽도 원료의약품 제조의 리쇼어링(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등 필수의약품 공급 강화 대책을 추진했다"며 "우리나라도 제품 경쟁력 확보, 공급 관리 전략 도출, 필수의약품의 국내 안정공급 등을 위해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9일 개최된 '필수의약품 및 원료 생산기반 강화 방안 모색'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제약바이오협회

이와 관련 정부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퇴장방지의약품(환자진료에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없어 생산·수입을 기피해 보전이 필요한 약제) 신청 시기가 1년에 최대 2회로 제한되고 있지만 평상시에도 신청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제도 개선을 하겠다"며 "긴급도입의약품 공급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품절 의약품 대응도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안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국가 필수의약품에 대해 종합대책을 3년마다 마련하고 있고 필수의약품 목록정리도 지속하고 있다"며 "제조 원료 활성화 부분에 있어서는 예산지원을 확대해 논의된 사안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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