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집 타고 있는데… 끝까지 담당 구역 불 끈 산불진화대원

강릉=이인모 기자 2023. 4. 19. 15: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눈앞에 불을 끄느라 내집 네집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요."11일 강원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부모님의 집이 타고 있는데도 인근 자신의 담당구역에서 산불 진화에 몰두했던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남 대원은 2016년 강릉국유림관리소 산불전문예방진화대로 시작해 2018년부터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경진 대원 제공
“눈앞에 불을 끄느라 내집 네집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요.”

11일 강원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부모님의 집이 타고 있는데도 인근 자신의 담당구역에서 산불 진화에 몰두했던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사연의 주인공인 남경진 대원(44)은 11일 오전 8시 반경 강릉시 난곡동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속히 출동했다. 산불은 순간 초속 30m의 강한 바람을 타고 경포 방향으로 급속히 번지면서 사방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은 상황이었다.

남 대원이 맡은 구역은 저동의 부모님 집과 약 1㎞ 떨어진 지점이었다. 하지만 부모님 걱정할 틈도 없이 남 대원은 이날 오후 4시 반경 주불이 진화될 때까지 한시도 쉬지 못하고 화염과 싸워야 했다.

동부지방산림청 제공


중간에 부모님이 아침 일찍 병원에 약을 타러 가 집을 비웠다는 말을 전해 듣고서야 그나마 안심이 됐지만 그사이 집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잿더미가 됐다. 남 대원은 진화를 위해 이동하다가 멀리서 산 밑에 있는 부모님의 집이 전소된 것을 보고 울음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전소된 집은 남 대원의 할아버지가 지어 자신까지 3대째 살던 집이다. 남 대원은 이 집에 살다가 2년 전 포남동에 집을 얻어 독립했다. 남 대원은 “어릴 적부터 살던 집이기 때문에 인생 대부분의 추억이 이 집에 깃들어 있다”며 “강풍 속에서 산불 상황이 워낙 심각해 집 생각할 틈도 없었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동부지방산림청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는 16일 강릉을 방문했을 때 남 대원을 만나 위로하고 격려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한 총리는 “남 대원 같은 이들이 임무에 충실했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감사하고 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남 대원은 2016년 강릉국유림관리소 산불전문예방진화대로 시작해 2018년부터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고성, 속초, 지난해 강릉 옥계와 경북 울진 등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현장 최일선에서 활약했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산불이 나면 산에 올라가 최일선에서 화마와 싸우는 일을 담당한다. 공무직과 기간제 근로자로 구성돼 있다.

이번 강릉 산불로 1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 379㏊의 산림과 건축물 266동이 불탔고, 217세대 489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389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