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빌라 '경매 유예'…이미 팔린 부실채권은 '글쎄'
법 근거 없고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부작용...장기 지속 못해
캠코 아닌 민간 NPL매입사에 설득 약발 먹힐지 미지수
"공공 매입 등 정부 차원의 근본적 대책 서둘러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해 거주 주택에 대한 6개월 이상의 자율적 경매 및 매각 유예조치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이미 부실채권 시장으로 넘어간 채권은 당국의 도덕적 설득이 더 미치지 않아 지속 가능한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회와 정부가 서둘러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금감원 조치는 강제사항은 아니다.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정당한 채권 확보를 위한 경매 진행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협조사항이긴 하지만 (금융기관이) 안 지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감원은 일단 원활한 금융기관의 협조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조치에 따라 경매절차를 일정기간 유예하더라도 이런 사후관리 부실을 문제 삼아 제재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날 중으로 관련 내용을 안내하는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문제는 금융기관이 부실채권(NPL)매입기관 등 제3자에 이미 채권을 매각한 경우다. 금감원은 이 경우에도 은행 등 부실채권을 매각한 금융기관이 매입기관에 경매 유예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민간 부실채권 시장은 금감원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데다 의사결정 단계가 한 단계 더 멀어져 협조 요청이 얼마나 먹힐지 미지수다. 그나마 공공기관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을 넘겨받는 경우 최근 인천 미추홀지구 물건에 대해 경매를 일시 중단한 것과 같은 조치가 가능하나 민간 NPL시장에서 이런 일이 오랫동안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경매 유예 조치로 인해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경매란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할 때 법원을 통해 채권자가 돈을 받아내는 과정이라 경매가 늦어질수록 금융회사 부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만 “이미 기한의이익상실(만기전 대출금 회수)이 됐고 부실 채권에 해당하는 충당금도 충분히 쌓았을 것”이라며 “금융기관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시행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조기에 확정해 신속하게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 주소를 입수해 은행과 상호금융 등 주담대 금융기관에 송부할 예정이다.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을 담보로 취급한 금융기관은 대출의 기한의이익상실 여부, 경매 여부 및 진행 상황을 파악해 피해자가 희망하는 경우 경매 절차 개시를 유예하거나 경매가 이미 진행된 경우는 매각 연기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경매 유예 조치는 말 그대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돈 한 푼 건지지 못하고 길거리로 쫓겨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했다. 금융회사에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도덕적 설득에 근거하고 있을 뿐더러 금융기관 건전성 측면에서도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 세입자 측면에서도 경매 유예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자칫 부동산 시장이 침체인 상황에서 집값이 더 떨어져 경매 배당에서 받을 수 있는 세입자 금액이 더 적어질 수도 있다.
김한규 변호사는 “금융권도 본질은 채권자라 경매 일시 중단은 채권자 권리행사를 몇 달 유보한 것에 불과하다”며 “장기간 지속되면 재산권 침해”라고 말했다. 장윤미 변호사 역시 “경매 중단이 필요한 대책이긴 하나 경매를 임의로 중단시킬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취약계층에 장기 임대하기 위해 공공매입해왔던 것처럼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을 공공매입하는 방안을 근본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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