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김일성에 당해"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국힘의 최고위원 리스크

이희진 2023. 4. 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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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최고위원들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을 했다가 홍준표 대구시장이 상임고문에서 해촉되는 등 그 여진이 아직 이어지는 가운데 태영호 최고위원이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주장한 게 논란이 돼서다. 최고위원들 잇따른 설화로 ‘지도부 리스크’가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연합뉴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전날 공개된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지난 구정 때 KBS의 ‘역사저널 그날’이란 프로그램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통일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김구 선생은 마지막까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하다가 암살됐다는 식으로 역사를 다루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북한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걸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겠지만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최고위원은 “김일성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막고, 공산 정권을 세우기 위해 김구 선생을 이용한 것”이라며 “그런 북한의 전략까지 알려줘야 정확한 비교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태 최고위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권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태 의원님,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오신 것은 환영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상식과 괴리된 말씀을 하시면 곤란하다. 여당 최고위원의 말과 행동은 당원과 국민의 수준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고 했고, 허은아 의원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이런 망언을 하는 것이냐. 당 지도부는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방관만 하실 것이냐. 계속되면 곪고 썩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 뉴스1
태 의원은 김구 발언이 있기 하루 전에도 페이스북 게시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7일 오전 태 최고위원의 페이스북에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비판하는 취지로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바로 삭제된 것이다. JMS는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정명석(78)의 영어 약자다.

태 최고위원은 “제 페이스북에 최근 민주당의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한 정제되지 못한 메시지가 공개됐다가 몇 분 만에 삭제되는 일이 있었다”며 “당시 본인은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실 보좌진들과 소통 과정에서 비공개로 보고돼야 할 메시지가 실수로 공개됐고, 태 최고위원이 이를 보고 바로 삭제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태 최고위원은 “저와 당사자를 당 윤리위원회에서 심사하도록 요청하겠다”고 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2월 13일에도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라고 주장해 제주도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태 최고위원의 발언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다. 김기현 당 대표는 전날 오후 태 최고위원을 불러 ‘당분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부득이한 경우에도 역사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취지로 경고했다고 한다. 당 지지율이 부진한 상태에서 태 최고위원 발언이 중도층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김기현 지도부’에서 발언으로 논란이 된 건 태 최고위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연합뉴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2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초청 강연회에서 “우파 진영에는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들이 잘 없었는데,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도 민주노총에도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최근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치고 당에도 큰 부담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자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이 발언은 결국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상임고문에서 해촉되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홍 시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그 목회자를 숭배하는 사람은 당 떠나서 그 교회로 가라”고 했고, 김 대표는 “지방자치 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며 불편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후 당 지도부는 지난 13일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 뉴스1
조수진 최고위원도 지난 5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을 언급하며 ‘밥 한 공기 비우기’를 이야기했다 비판을 받았다. 당시 조 최고위원은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비우기, 이런 것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어 “여성 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쌀은) 다른 식품에 비해 칼로리가 낮지 않나.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거나 국면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최고위원은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민생119 회의에서 나온 몇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 선동을 벌이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민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정쟁으로 몰지 말아달라”고 해명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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