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 연 대체거래소, '시장감시자' 거래소도 분주
"전래없던 일...원가부터 산출"…업계 "협의 필요"
대체거래소(ATS·다자간매매체결회사)가 금융당국의 인가 절차를 밟는 등 설립 움직임을 본격화한 가운데 '시장감시자'인 한국거래소(KRX)도 분주해졌다. 상장주식에 대한 매매 중개만 할 수 있는 ATS를 대신해 시장감시를 거래소가 도맡아야 해서다.
거래소는 당장 ATS 시장감시에 대한 비용 부과 근거와 현재 부재한 관련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 접수에 들어갔다. 오는 8월까지 분석 결과를 보고 받고 감시수수료 부과의 당위성과 기본원칙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ATS라도 시장감시는 한국거래소 담당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시장감시본부 주관으로 ATS 시장감시수수료 부과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용역 제안서와 관련 입찰서 접수를 18일 마감했다. 이후 거래소에 손을 내민 업체들의 기술능력과 제시가격 평가 등을 거쳐 내달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세부 내용은 용역기관을 선정한 후 확정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상 한국거래소는 지정거래소로서 시장감시위원회를 두고, 현재 운영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ATS 시장에 대한 감시도 해야한다. ATS에는 상장주식 및 주식예탁증서(DR)에 대한 매매와 중개 기능만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에 단독으로 예비인가를 신청해 '국내 1호 ATS' 가능성이 커진 넥스트레이드 역시 실제 본인가를 취득하더라도, 여기서 이뤄지는 거래에 대한 감시는 한국거래소의 몫이다.
결국 ATS에 대한 시장감시를 위해 한국거래소는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이에 대한 이익은 ATS가 얻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ATS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게 한국거래소의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ATS 시장감시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을 것이고, (분담하지 않으면) 자칫 한국거래소 주주들에 대한 배임 책임이 따를 여지도 있다"며 "시장감시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막기 위해서 최소한의 실비 차원으로 금액을 책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감시 수수료 원가는 얼마?
문제는 지난 67년간 국내에서 한국거래소가 매매체결 및 중개, 시장감시 등 주식거래 관련 업무를 독점했던 때문에 다른 거래소에 대한 시장감시 비용 부과 체계 자체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시장감시수수료는 주식 거래수수료에 포함돼 있다. 따로 비용을 부과하는 규정은 없는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별도 수수료 부과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확립하고, 현행 거래수수료 체계를 분석해 시장감시 소요원가를 산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복수의 거래소를 동시에 운영하는 해외 사례를 분석해 국내 ATS 시장감시 비용 부과를 위한 기준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빠르면 내달 관련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해 오는 8월 세부과제에 대한 밑그림을 마련한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한국거래소를 포함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이 수수료 등을 새로 정할 때는 금융위원회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이다. 거래 당사자인 ATS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이에 거래소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피드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다만 ATS 준비법인인 넥스트레이드의 발기인 및 주주로 나선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시장감시가 공적 영역으로서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업 초기 단계에서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부과는 ATS가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이미 자본이 많이 축적된 회사이고, ATS는 앞으로 자본을 축적해서 계속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거래소가) 접근하면 좋지 않겠냐는 교감이 업계에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ATS가 제도적으로 할 수 없는 (시장감시) 부분에서 거래소가 공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에 대해 비용을 분담시키는 문제는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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