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억 유방암 신약 건보 적용해 달라" 국민청원 국회서 멈췄다
한 해 최대 1억5000만원… 비싼 약값에 급여 등재 '부담'
"최저가 약가 제시" 한국다이이찌산쿄, 재정 부담 절감 노력
유방암 신약 '엔허투(ENHERTU)'의 건강보험 급여 인정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멈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청원은 계류 상태가 됐다. 올해 초 국내 출시한 엔허투는 유방암 치료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 혁신 신약이다. 그러나 비급여 시 연간 최대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약값 때문에 현실적으로 투약이 어렵다는 호소가 많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쉽사리 급여 인정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약사는 전 세계 최저가 수준의 약가를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의 건강보험 승인 촉구에 관한 청원'을 계속 심사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청원은 올해 1월 말 올라왔다. 당시 청원인은 "어머니는 현재 유방암 4기로 대부분 말기암 환자가 그렇듯 다양한 항암제를 사용했으나 계속해서 내성이 생기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엔허투가 허가받았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청원인의 호소에 한 달간 5만명 동의가 모였고, 청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회부됐다.
그러나 청원심사소위원회가 '계속 심사'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국민 청원을 통한 엔허투 급여 인정 시도는 좌초됐다. 다음 청원심사소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청원은 계류 상태로 머무르는데 다음 위원회 개최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는 2017년부터 3년 주기로 열리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정부 측에서 엔허투 급여 인정 건은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심사 단계에 있다는 의견을 냈다"며 "청원인의 청원 요지가 이미 반영됐다고 판단해 본회의로 회부하지 않고 계속 심사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엔허투는 21일 주기로 한 번 투약받는다. 비급여 시 1바이알(100㎎)당 가격이 230만원 내외, 1회 투약 용량은 몸무게 1㎏당 5.4㎎이다. 성인 기준, 1회 투약에 3~4바이알 투약하므로 약 750만원에서 최대 900만원까지 비용이 소요된다. 1년간 투약한다면 비용은 1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다.
유방암 환자들이 엔허투 건강보험 급여 인정을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이 인정되면 암 환자에 산정 특례가 적용돼 치료제의 환자 본인 부담은 5%로 줄어든다.
정부가 엔허투의 건강보험 인정을 망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평원은 지난달 22일 열린 2023년 제2차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엔허투 급여 기준 설정을 결론 내리지 않고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쟁점은 '재정 부담'이다. 유방암은 여성에서 발병률 1위이며, 성별과 관련 없이 전체 암종에서는 4위를 차지한다. 2020년 한 해 동안 유방암 발병 환자 수는 2만4923명으로 그해 환자 수 1위인 갑상선암(2만9180명)과 유사하다. 엔허투를 급여 목록에 편입하면 건강보험 재정 타격이 불가피하기에 정부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전체 유방암 환자 중에서 엔허투 처방 대상이 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비중은 7.8%에 불과한데다가 엔허투가 2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만큼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제약사인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암질심 재논의를 위해 13일 심평원에 추가 보완 자료를 제출했다. 국내 엔허투 약가를 전 세계 최저가 수준으로 제시하고, 위험분담제(RSA) 추가 적용까지 고려하는 등 재정 부담 절감을 위해 다각도의 복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SA는 고가 신약의 급여 적용을 보장하는 대신 치료 효과가 떨어질 때는 수익 일부를 환급하는 식으로 제약사가 건강보험 재정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다.
엔허투 급여 적용 논의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제3차 암질심에서 계속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심평원은 암질심에서 어떤 안건이 올라가고 논의되는지는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다이이찌산쿄 관계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지금도 생존을 위해 분초를 다투고 있다"며 "환자 한 분이라도 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회사도 엔허투 급여에 분초를 다투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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