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사 앞둔 한화 특정 매체에 여론전 '청탁' 의혹 따져보니
뉴스토마토 "청탁 의혹 사실로 확인… 언론사 선별해 윗선 배포"
메신저 통해 배포, 기사엔 한화 아닌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 "뉴스토마토랑 오해 소지 있어… 청탁 아닌 일반적인 보도자료"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사를 앞둔 한화그룹이 특정 매체를 선별해 경쟁사에 부정적인 자료를 배포하는 등 여론전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해당 자료는 출처, 관계자 연락처가 있는 일반적인 메일 형식이 아닌 메신저를 통해 이뤄졌다. 한화 측은 일반적인 보도자료 배포였다며 청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3일 <(단독)한화, 특정 언론에 '대우조선 결합' 여론전 청탁> 기사에서 “공정위 심사가 지연되자 (한화가) 여론전을 펼쳤다는 청탁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뉴스토마토는 “한화는 특정 언론사들을 선별해 3건의 자료를 배포한 뒤, 한화에 유리한 입장으로 기사를 써달라고 청탁했다”며 “그 3건의 자료 모두 HD현대 측을 음해하는 내용이다. 한화가 HD현대를 앞세워 공작을 벌인 건 공정위의 결합 심사가 길어지는 원인을 HD현대의 이의제기 탓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한화가 자료를 윗선에 청해 최대한 보도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한화에서 해당 자료 청탁이 윗선에 별도로 왔고 본인도 윗선을 통해서 내용을 전달받았다”는 언론사 기자 발언을 인용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자료는 공식 메일이 아닌 메신저를 통해 언론사 윗선에 배포됐다. 일반적으로 보도자료는 출처, 관계자 연락처 등 정해진 형식을 통해 배포되지만 이번엔 단순 텍스트 형식의 '받글'처럼 전달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HD현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재판 판결문 열람 불가 조치 △HD현대, 수주 방해를 위해 한화 인수 지연 작업 △HD현대,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골든타임 놓치게 만들어 경쟁력 저하시키나 등 3개의 제목이 달려 있고, 건당 600~700자 분량이다. “HD현대는 지난해 12월19일 한화가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자마자 네 차례 이의제기 함”, “이면을 살펴보면 올해와 내년 사이에 나오는 굵직한 함정 발주를 앞두고 펼쳐지는 조선사 간 수주 경쟁으로 인한 것이란 분석”, “업계에서는 HD현대가 대우조선과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기업결함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음” 등의 내용이다.
실제로 배포 이후 해당 자료의 제목을 검색해보면, 해당 자료의 제목이 그대로 기사에 담기거나 기사 안에 비슷하게 담긴 기사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자료 출처는 한화가 아닌 “관련 업계에 따르면”으로 돼 있다.
산업부를 출입하는 A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보통은 산업부 출입 기자들 전체 메일을 통해 기업이 공식적으로 자료를 배포한다. 몇몇 언론사를 골라 윗선에 자료를 제공했다면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며 “언론사는 수직관계가 있는 곳이다. 윗선에서 노골적으로 의도성이 담겨 있는 자료를 보도 지시하더라도 현장 기자로선 거부하기 어렵다. 기업이 자금력으로 기자들을 압박했다면 분명 잘못됐고 자성해야 할 관행”이라고 했다.
한화는 일반적인 자료 배포일뿐 청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뉴스토마토랑 오해의 소지가 있었지만 잘 풀어가는 과정이다. 해당 보도로 오해가 또 생길까 우려된다”면서도 “'여론전'이나 '청탁' 등의 부분은 시각차가 분명 있다. 청탁이란 건 돈이 왔다 갔다 하거나 '기사로 안 쓰면 보복하겠다' 등의 발언이 있어야 청탁이다. 이번 건은 단순 정보 전달이었다. 선택은 언론사의 몫”이라고 했다.
공정위 심사를 앞두고 해당 자료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메일이 아닌 메신저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보도자료를 꼭 메일로 배포해야 하는 건 아니다. 스타트업은 SNS도 이용하고, 증권 쪽도 메일이 아닌 메신저로 보낼 때가 많다”고 했다. 이어 “특정 매체를 선별했다고 할 수 없다. 지금 기사가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 선별했다면 그럴 수 없다. 보통 자료를 배포하면 100개 이상 매체에 배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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