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주택 '경매 중단'… 고심 커지는 은행권

박슬기 기자 2023. 4. 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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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금융당국이 전세 사기 피해자의 거주 주택의 경매와 매각을 6개월 이상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은행권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우선 금융감독원은 전세 사기 피해자의 거주 주택의 경매와 매각을 6개월 이상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국토교통부에서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의 주소를 입수해 은행, 상호금융 등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 금융사에 송부하고 피해자가 희망하면 경매 절차 개시를 유예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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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30대)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뉴스1
정부와 금융당국이 전세 사기 피해자의 거주 주택의 경매와 매각을 6개월 이상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은행권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경매가 보류되면 지연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은행의 재무적 손실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피해에 대한 추가 지원 대책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은 이날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전세 사기 피해자 추가 지원대책을 논의한다.

아울러 은행연합회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여신관리 담당 실무진도 이날 전세 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경매 보류' 추진 방안 등을 논의한다.

5대 은행 여신관리 담당 실무진은 이 자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들이 경매 절차를 유예하는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 사기 피해 관련 전세 사기 매물의 경매 절차를 중단하라고 지시하자 은행연합회와 5대 시중은행 주요 임원들은 전날 긴급 대책회의를 연 바 있다. 이날은 실무진 회의 등을 통해 구체적인 지원책을 다각도로 논의하는 자리다.

우선 금융감독원은 전세 사기 피해자의 거주 주택의 경매와 매각을 6개월 이상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국토교통부에서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의 주소를 입수해 은행, 상호금융 등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 금융사에 송부하고 피해자가 희망하면 경매 절차 개시를 유예하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인천 미추홀구에서 진행 중인 주택 경매를 일시 중단키로 한 바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보유 중인 경매 처분 대상 210건 중 3월에 37건, 4월에 14건 등 총 51건에 대해 매각 기일 연기를 신청했다.

하지만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 3107세대 중 경매 예정만 2020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의 65%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은행과 상호금융 등 민간 금융사에 대해서도 경매 중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경매가 보류될수록 지연된 이자가 늘어나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근저당권을 가진 은행은 채무자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하면 약 1개월간 준비를 거쳐 4개월째 법원에 임의 경매 절차를 진행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경매 자체를 보류하면 채권을 회수할 수 없어 은행들은 연체 금액만큼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다.

이에 금감원은 비조치의견서를 이날 중으로 발급해 금융사들이 경매·매각 유예 조치를 신속히 취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비조치의견서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후관리를 부실하게 하거나 금융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제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경매 유예에 따른 금융사의 배임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전세 사기 주택 경매 유예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세 사기에 연루된 주택은 대부분 다세대·연립주택 등 빌라인만큼 은행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대출 비중이 높다는 분석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2금융권 이슈를 갖고 은행감독국장과 은행 부행장들이 전세 사기 피해 대책 회의를 하는지 의문"이라며 "은행권 논의를 통해 도출한 대책을 갖고 2금융권에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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