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염병 닥치는데 이래서야…의약품 자급률 20%대
"원료의약품 자급화 위해 유인책 필요"
"지난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4.4%에 그쳤다. 또 중국과 인도에서 전체 원료의약품의 46.1%를 수입했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료의약품 생산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차 K-생명바이오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필수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안명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본부장, 박실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 20% 내외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9월까지 원료의약품 문제로 국내 공급이 중단된 필수의약품은 24개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 생산율은 16.2%로, 2008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5년 평균 자급률은 27.8% 수준이었다. 안 본부장은 "원료의약품의 중간재 등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까지 감안하면 국내 자급도는 훨씬 낮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필수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을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의약품 공급을 해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국가 보건이 위협받는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필수·원료의약품 재고 유지와 제조설비 구축을 위한 비용 지원, 약가 보호 등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내 의약품 제조와 공급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첨단제조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며 "공급망 관리를 위해 정보 투명성과 접근성을 늘리기 위한 지원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정부 요청받고 개발했더니 출시도 못해"
제약업계에서도 필수·원료의약품 공급을 늘리기 위한 경제적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유기웅 동국제약 상무는 "국가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많은 정책이 나왔지만 동기 부여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필수·원료의약품을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공급하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필수의약품 허가 과정 단축 △정부의 선구매 △약가 우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유 상무는 "기업들이 정부 요청에 따라 필수의약품을 개발해놨는데 막상 출시하려고 보니 시장이 너무 작아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며 "정부 요청으로 생산한 의약품은 국가 의료기관에서 먼저 사용해 주거나 약가를 우대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필수·원료의약품 제조와 관련해 세액 공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봤다. 엄 상무는 "필수의약품 원료를 국가전략기술로, 일반 원료의약품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관련 연구 및 제조 시설에 대한 투자 비용을 지원하거나 세액 공제를 확대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또 자사의 원료의약품을 이용해 생산한 완제의약품의 약가 우대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기업이 자사에서 직접 생산한 원료를 사용한 약제를 등재할 경우 약가를 68% 수준으로 1년간 우대하는 혜택을 제공 중이다. 우대 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고 원료 생산 기업에 계열사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부 "제도개선 추진중"
정부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대응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필수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일부 자료를 면제해달라는 요청은 식약처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규제혁신 2.0 과제에 담을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면서도 "원료의약품은 안전성 등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자료 면제의 관건"이라고 답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품절의약품 대응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 약사회 등이 참여하는 품절의약품대응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국가필수의약품 신청의 경우 기존 일 년에 두 번으로 제한돼 있었는데 상시로 신청해 유연하게 공급 문제를 해결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다만 약가 우대 요청에 대해서는 "국산 원료를 쓴 약제는 대부분 제네릭 품목일 가능성이 높은데 약가 우대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면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보다 제네릭 제품의 약가가 높아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생길 수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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