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응급실 뺑뺑이' 여전…"이송 체계·수가 개선 시급"

박정렬 기자 2023. 4. 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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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뇌졸중학회가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졸중 치료 현황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대한뇌졸중학회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필수 의료의 화두로 떠오른 뇌졸중 진료 시스템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트롤타워(관제센터)의 부재, 인프라 부족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소위 '응급실 뺑뺑이'가 비일비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9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응급의료 기본계획 및 필수 의료 지원 대책 현황과 발전방안 모색'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졸중 치료 현황을 진단하는 한편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먼저 학회가 지적한 문제는 환자를 '표류'하게 하는 응급의료 체계다. 김태정 홍보이사(서울의대 신경과)는 "뇌졸중은 적기에 치료받으면 환자가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우리나라는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응급의료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25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에 대해 △전문 진료과와 연계 시스템의 부재 △컨트롤타워의 부재 △인프라 부족 등 세 가지 원인을 꼽았다. 119 구급대가 전문 진료과와 직접 소통하면 환자 상태를 보다 정확히 가늠할 수 있어 환자 분류에 도움이 되지만 현재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24시간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도 제한돼 있어 이송부터 치료 전반을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김성헌 병원전단계위원장(강원의대 신경과)은 "제한된 병실과 의료진 부족으로 모든 병원이 24시간 뇌졸중을 치료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경증 환자로 넘치는 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에서 중증 환자의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은 "뇌졸중 환자가 생명 유지를 위한 적기의 치료마저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응급의료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25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은 "응급 신경학 전문의 기반의 1차 진단과 원스톱(One-stop) 치료를 위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기능을 확대하고, 나아가 전체적인 '뇌졸중 안전망'을 관리하는 중앙심뇌혈관센터를 지정·운영해야 한다"라며 "이와 함께 현재 84개에 불과한 뇌졸중센터와 권역센터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뇌졸중 전문 인력 양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학회에 따르면 올해 신경과 전문의 합격자 83명 중 5명만이 뇌졸중 전임의로 지원했다. 현재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14개 중 1개 센터에서만 전임의가 근무하고, 전공의가 없어 교수가 당직을 서는 대학병원은 점점 늘고 있다. 차재관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은 "5~10년 후에는 뇌졸중 환자가 연간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추세라면 뇌졸중 전문의가 부족해 진료체계가 붕괴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의료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는 저수가가 지목됐다. 학회는 크게 2가지 예를 들었다. 첫째는 일반실보다 낮은 입원료다.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는 "종합병원의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료는 13만3320원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료 6인실 일반과(17만1360원) 보다도 낮다"고 말했다. 둘째는 근무 수당이다. 24시간 뇌졸중 집중치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해도 근무 수당이 2만7730원에 불과하다. 응급실에 온 뇌졸중 의심 환자를 신경과 전문의가 진료할 때는 진찰료조차 받지 못한다. 이경복 이사는 "병원이 무리하면서까지 뇌졸중 센터에 투자하고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당장 뇌졸중에 대한 수가 개선과 신설,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수가 샹향 등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젊은 의사가 중증질환 치료에 지원하고 싶도록 제도적·환경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배희준 이사장은 "웰다잉(well dying)의 시대, 뇌졸중으로 후유 장애를 갖고 평생을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뇌졸중 치료의 목표는 생명 연장뿐 아니라 후유 장애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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