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첫 자취방인데"…동탄 '전세금 피해' 임차인들 불안 호소
(화성=연합뉴스) 김솔 기자 =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이 돼 기쁜 마음으로 얻은 첫 자취방인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1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반송동 동탄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소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20) 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같이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거주 중인 오피스텔의 임대인 박씨 측 법무사 사무소로부터 전날 밤 한 통의 문자를 받은 뒤에야 자신이 최근 동탄신도시 일대 '전세금 피해 사건'의 피해자 중 한명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법무사 사무소에서 김씨에게 보낸 문자에는 '임대인의 사정으로 인해 6월 10일까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접수해야 국세 체납으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 판단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17일부터 경찰에는 "동탄신도시 일대에서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임대인 부부가 파산해 피해자 수십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아침이 되자마자 계약 서류 수십 장을 손에 들고 급히 나온 김씨는 굳게 닫힌 공인중개소 출입문 앞을 서성이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씨가 살고 있는 동탄신도시 내 20㎡ 남짓의 이 원룸은 취업 후 얻은 첫 자취방이다.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지난해 3월 오산 소재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김씨는 직장에서 가까운 거처를 찾던 중 같은 해 11월 보증금 9천만원 전세로 이 원룸을 얻었다.
사회초년생의 설렘이 담겼던 첫 자취방은 이사 온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절망의 공간이 될 처지에 놓였다.
김씨는 "한동안 부동산 중개 앱으로 매물을 찾아보다가 오피스텔 세대 수가 많아 관리비가 저렴하고 직장과 가깝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덜컥 계약했다"며 "어제 법무사 사무소 연락을 받은 뒤 친구들로부터 언론 보도 내용을 듣고서야 내가 피해 당사자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증금 9천만원 중 7천200만원은 중소기업 청년전세대출을 받았고, 나머지는 평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님께서 보태주신 돈을 모아 충당했다"며 "1억원에 가까운 큰돈을 모두 잃게 될까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임대인 박씨 대신 그의 대리인이라고 밝힌 이모 씨와 계약했다.
김씨는 "처음 얻는 집이라서 그런지 대리인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은 못 했다"며 "전세보증보험 제도에 대해서도 자세히 몰라서 덜컥 마음에 드는 집을 계약했는데, 지금은 그저 막막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씨가 이날 오전 임대인 박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법무사 사무소에서 온 문자에 대해 문의하자 박씨는 "다가오는 6월부터 세금 미납 예상돼 (법무사 사무소에서 문자를) 전달했습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라며 "지금은 체납이 아닌데 6월부터 체납 예상돼서요"라고 답장했다.
김씨가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하자 "다른 부동산에 문의해보고 판단 바랍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이날 이곳 공인중개소에는 김씨 외에도 같은 법무사 사무소 측 문자를 받은 피해자들의 애타는 발길이 이어졌다.
30대 양모 씨도 김씨와 같은 법무사 사무소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이날 오전 앞서 계약을 진행했던 이 공인중개소를 찾았다.
양씨는 지난해 근처 1.5룸 오피스텔을 보증금 2억2천만원에 전세로 계약했다.
양씨는 "보증금 액수가 적지도 않은데 그저 막막하다"고 말한 뒤 "어떻게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오전에 잠깐 해당 공인중개소를 찾았던 사장 A씨는 취재진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지난달 중순에 이곳 공인중개소를 인수해 운영해오던 중에 이런 논란을 접하게 돼서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내게 이 부동산을 넘겼던 기존 사장을 고소한 상황"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자세한 내용을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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