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자산 94%, 금리 리스크에 무방비 노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작년부터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끌어올렸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금리 리스크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폐쇄된 지 사흘이 지난 3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SVB 본사 앞에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금리인상에 대응해야 했지만 오히려 헤지 규모를 줄임으로써 금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것. WSJ는 “지난해 Fed의 통화긴축 기간 금리인상에 대응해 스스로를 보호한 미국 은행들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WSJ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통화긴축 기간 미국 은행의 부활을 위한 제한된 헤징과 도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소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은 전체 은행 자산의 6%에 대해서만 이자율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주로 채권으로 구성된 은행의 자산과 부채는 금리 위험은 가장 중요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리스크로 여겨진다.

은행들은 금리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이자율 스와프 등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해 대응하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은행 자산이 금리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은행 4곳 중 1곳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본격 단행한 지난해 이자율 스와프 계약 체결 규모를 오히려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경우 2021년 말 증권 포트폴리오의 12%를 헤지했지만 2022년 말에는 헤지 비율이 0.4%로 급감했다. 이에 대해 SVB가 사전에 금리 위험을 충분히 헤지했다면 예금 반환을 위해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 미 국채를 매각할 필요가 없었고, 파산으로 이어져 FDIC가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내놓을 일도 없었을 거란 의견이 많다.

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별도로 대비하지 않는 건 합리적인 대응이란 의견도 있다. 은행은 통상 금리 상승기에 대출금리를 올려 상당한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내릴 때보다 오를 때 은행이 대출금리 인상폭을 확대, 예대마진을 늘릴 여력이 커진다.

금융서비스 조사업체인 어거스 리서치의 스티븐 비가 이사는 “금리 상승기 은행의 수입 증가는 주식 포트폴리오 등에 대한 손실을 자연스럽게 헤지한다”며 “많은 은행들이 (금리 위험을) 헤지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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