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아닌 문동주의 활약…한화의 중심에 선 프로 2년 차
“공략법은 없습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18일 한화와 원정경기 전 상대 선발 문동주(20)를 두고 한 말이다. 이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문동주는 이날 5.2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침묵하게 했다. 최고 시속 159㎞의 직구와 140㎞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고속 변화구 앞에 두산 타선은 무기력했다.
그는 지난 12일 KIA전에 선발 등판해 1회 박찬호 타석에서 시속 160.1㎞ 광속구를 꽂았다. 프로 2년 차 어린 투수가 국내 투수 중 그 누구도 지금껏 뚫지 못한 160㎞의 벽을 무너트렸다. 문동주는 곧 KBO리그 최고 투수인 안우진(키움)과 비교되며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에이스의 자리를 예약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두산전은 문동주에게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홈 팬들에게 자신의 구위를 선보이는 무대. 이날 이글스파크는 문동주의 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하는 팬들로 가득 찼다. 구단은 구장 앞에 ‘160.1㎞’ 상징물을 설치해 팬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고, 문동주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포토카드를 선착순 1600명에게 나눠줬다.
문동주의 투구에는 부담감이 묻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쏠린 수많은 시선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제 갓 루키 딱지를 뗀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완숙했다. 그는 전광판에 찍힌 세 자리 숫자가 전부가 아님을 이날 마운드 운영으로 보여줬다. 이날 98개 공을 던진 문동주의 직구 평균 구속은 153㎞였다. 더 빠르게 공을 던지기 위해 무리하기보다 힘을 빼는 선택을 했다.
볼넷을 4개 내주긴 했지만, 제구가 잘 잡혔다. 빠른 공을 보여주고 고속 변화구로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삼진 8개를 솎아냈다. 반대로 120㎞대 커브로 눈속임을 하고, 150㎞대 직구로 삼진을 잡는 전략도 구사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하면서도, 빠른 공만이 자신의 무기가 아님을 이날 경기에서 증명했다. 그의 올 시즌 활약은 우연도, 깜짝도 아니었다.
이날 두산 선발 최원준도 문동주를 안우진과 함께 거론하며 그를 치켜세웠다. 최원준은 경기 후 “정말 자신 있게 던지고 주눅 들지 않고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라며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문동주는 6회 0-0 상황에서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승리 투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교체되며 아쉬움이 남을 법했지만, 그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문동주는 실력뿐 아니라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인성 등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선수단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구단은 전했다. 프로 2년 차 문동주는 그렇게 한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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