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적 요금제’ 의무화 검토... 통신사가 소비자 사용패턴 따라 저렴한 상품 추천
정보 비대칭 해소할 대안으로 떠올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 2020년부터 시행
“통신사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까” 우려도
정부가 통신사를 대상으로 최적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고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적 요금제는 통신사가 소비자가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 음성 통화, 문자 사용량에 맞는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추천하는 걸 말한다.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들이 2020년부터 도입하면서 소비자 편익과 통신요금 완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요금 완화 대책 중 하나로 최적 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세분화, 제4 이동통신사 유치, 알뜰폰 육성 등과 함께 최적 요금제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통신요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 출시된 통신 요금제는 200개가 훌쩍 넘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지난해 6월 기준)에 따르면 245개에 달한다. 업계는 통신 3사와 알뜰폰이 더 세분화된 5G 중간요금제를 쏟아내면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통신 요금제는 3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200개 넘는 요금제, 소비자 선택권 침해… 유럽에선 2020년부터 도입
통신 요금제가 세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최적 요금제다. 최적 요금제는 통신사가 소비자의 과거 데이터 사용량 등을 기반으로 더 저렴한 요금제를 안내하는 의무를 말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그리스 등 EU 주요 국가에서 2020년부터 도입돼 시행 중이다.
유럽 통신사들은 가입자에게 1년마다 이용 조건(데이터 제공량 및 속도), 계약 조건(약정 여부), 부가서비스(IPTV·유선인터넷 등)에 맞는 최적의 요금제를 고지한다. 또 2년 약정 계약이 끝날 때에도 의무적으로 이런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최적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통신사의 안내 기간을 6개월 단위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통신사의 최적 요금제는 금융권이 제공하는 ‘금리 인하 요구권’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금융회사가 내부 신용등급과 개인신용평가회사의 신용평점이 바뀐 차주에게 6개월마다 1회 이상 금리 인하 요구권 사용을 안내하는 제도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제도가 절차가 복잡하고 채택률이 낮다는 한계도 있지만, 예대금리차 축소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있다.
◇ 정보 비대칭 일정 부분 해소…“통신사 마케팅 수단” 우려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통신사가 최적 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금리 인하 요구권과 같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통신 이용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EU의 최적요금제 고지의무 제도’ 동향 보고서에서 “통신사가 데이터 속도와 제공량 등 통신 서비스 이용 조건을 요금제마다 다르게 책정하고, 모바일 이용 방식과 요금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통신사와 소비자의 정보의 비대칭이 더 커졌다”라며 “최적 요금제는 정보의 비대칭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통신사의 최적 요금제가 오히려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은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보이는 요금제처럼 인식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통신사의 배를 불리는 요금제를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복잡한 통신 요금제를 소비자에 맞게 설계하고 제안하는 최적 요금제의 취지와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통신사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까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리며 “최적 요금제의 운용과 추가 검증에 대한 제대로 된 설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최적 요금제 도입에 따른 긍정 및 부정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 요금제 도입 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소비자 맞춤형 최적 요금제 취지에 공감하지만 그에 따른 우려와 부정적인 효과도 있을 수 있다”라며 “어떻게 구현하고, 안전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 등도 살펴보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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