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한국에 뭘 판거야”...타국 감옥에서 돈 번 조폭, 판매한 것은 ‘마약’

필리핀서 마약 유통 한국인 조폭 적발
수용소내에서 텔레그램 이용해 범행
12만명 투약 가능 필로폰 3.5kg 유통

마약류 압수하는 경찰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마약류 범죄 수사를 피해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현지에서 검거돼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된 조직폭력배 A씨가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에 마약류를 유통해 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A씨가 수감 중 국내로 유통한 필로폰은 12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3.5kg, 시가 16억원에 달하는 분량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수도권 조폭 출신 40대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마약류 유통·판매책 25명, 매수·투약자 33명 등 58명을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이민국 수용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텔레그램을 이용해 멕시코산 필로폰 3.5kg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필리핀 도주 2년여 만인 2020년 9월 현지에서 폭력죄 등을 저지르다가 검거됐고, 이후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됐다.

이민국 수용소는 범죄 혐의로 붙잡혀 추방되기 전 단계에 있는 필리핀 내 외국인들을 수용하는 곳이다.

A씨는 수용소 내에 휴대전화 반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수용소에서 알게 된 국적 불상의 외국인을 통해 국내 체류 나이지리아인인 40대 B씨를 소개받았다.

B씨는 국제특송 화물을 통해 국내로 전달된 필로폰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톱니바퀴 모양의 기어류 부품에 필로폰을 숨겨 국내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해당 기어류 부품을 국내 기업이 요청한 부품 샘플인 것으로 위장했는데, 이런 경우 통관 절차가 비교적 간소해 밀반입이 가능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SNS에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등의 글을 올려 국내에서 판매책 역할을 할 공범을 모집했다.

A씨는 이와 동시에 SNS에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등의 글을 올려 국내에서 판매책 역할을 할 공범을 모집했다.

판매책들이 잠적이나 도주, 자수할 것에 대비해 신분증과 함께 300만~1000만원의 보증금을 받아두고, 필로폰을 판매할 때 마다 건당 수만원의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로부터 받은 필로폰을 ‘던지기(특정 장소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 수법으로 판매책들에게 전달했고, 이들 판매책은 또다시 하위 판매책들을 통해 매수·투약자들에게 팔았다.

경찰은 필로폰 단순 매수자 1명을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윗선에 대한 첩보를 입수, 수사를 확대한 끝에 A씨 등 50명이 넘는 마약사범을 일망타진했다.

A씨는 국내 송환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 현지에서 별도의 사건을 만들었고 이에 대한 형사 절차를 밟아 송환이 늦어지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형사절차를 밟고 있다보니 송환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조기 송환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자료=경기남부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