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리그테이블]⑤사외이사 전문분야 살펴보니
지난해 한국 산업계는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였다. 코로나19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 공급망 악화가 이어졌다. 중국의 봉쇄정책에 산업계 기반이 흔들린다는 우려까지 나오며 악화일로의 상황을 마주했다. 분명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기업들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불확실성에 대비한 총력전 속 변화와 성장도 있었다. 비즈워치는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기업군을 선정, 사업보고서를 통해 △실적 △투자 △부채비율 △연봉 △이사진 △배당 정보를 기반으로 지난해 사업현황과 나아갈 길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사외이사는 대주주나 경영의 독선적인 경영 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감독의 역할을 한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더불어 사외이사의 역할 강화는 기업의 투명 경영을 위한 필수 덕목이다.
그렇다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기업군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을까.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기업군의 사외이사들은 통상적인 사외이사 전공분야인 재무·회계, 법률을 비롯해 신사업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한 인물들이 다수 선임되어 있었다.
재무·회계·세무 비중 높아
비즈워치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삼성그룹 11개사(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S·삼성엔지니어링·제일기획·에스원·호텔신라·삼성중공업), SK그룹 15개사(㈜SK·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가스·SK디스커버리·SK케미칼·SKC·SK스퀘어·SK네트웍스·SK렌터카·SK디앤디·SK아이이테크놀로지·SK바이오팜·SK바이오사이언스), LG그룹 10개사(㈜LG·LG전자·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LG생활건강·LG헬로비전·지투알·로보스타·LG디스플레이), 현대차그룹 11개사(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현대건설·현대위아·현대오토에버·이노션·현대비앤지스틸·현대로템), 한화그룹 4개사(㈜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총 51개사 207명의 사외이사를 분석했다.
사외이사의 전문 분야를 △경영 △금융·경제·투자 △법률 △재무·회계·세무 △글로벌 △IT △사업 관련 기술·전문성 △ESG △정책·행정 △국제통상 등 10개 항목으로 구분해서 봤을 때,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4개 그룹은 재무·회계·세무 전문가 비중이 가장 높았다.
총 51개 회사 중 삼성중공업, 현대비앤지스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개 회사를 제외한 48개 회사는 재무·회계·세무 전문가를 1명 이상 선임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43명의 사외이사 중 10명, SK그룹은 63명 중 18명이 재무·회계·세무 관련 전문가였다. LG그룹도 31명 중 9명, 한화그룹도 21명 중 6명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재무·회계·세무 전문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지만 전체 사외이사(49명)의 22.4%(11명)가 재무·회계·세무 전문가였다.
현대차그룹의 사외이사는 각 사의 사업과 관련된 전문가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사업 개발에 도움되는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뽑아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21년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한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가 대표적이다.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사업 방향성과 기술 동향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한 선임으로 풀이된다. 기아도 지난해 기계공학 전문가인 신현정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SK그룹은 5개 그룹 중에서 법률 전문가(13명)를 사외이사로 가장 많이 선임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김태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젊고 유능한 법조인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에 올랐다. 국제기업법, M&A(인수합병) 관련 법률 전문가로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성을 활용해 SK이노베이션의 ESG중심 경영 고도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법률 전문가부터 사업 고문까지
5개 그룹사에 지난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총 41명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그룹 9명 △LG그룹 8명 △SK그룹 7명 △한화그룹 5명으로 뒤를 이었다. 신임 사외이사의 전문분야는 법률이 가장 많았다.
특히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해 선임한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법률 전문가였다. 김현웅 사외이사는 2015년 7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진정구 사외이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회사무처 입법차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광장 고문을 맡고 있다.
호텔신라는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중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주형환(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준기(국회예산정책처장) 등 4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관료 출신이다.
사업 관련 전문성을 지닌 사외이사들도 대거 선출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명의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강한 사업 성장 의지를 보였다.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작년 3월 차량용 소프트웨어 자문을 위해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현대로템은 방위산업 부문 성장에 도움을 받고자 방산전문가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를 사외이사에 올렸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이우영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정교수를, 현대위아는 기계공학전문가 이규진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여성 비중 20% 넘어
또 지난해 5개 그룹 비금융 상장사의 사외이사 중 여성의 비중은 23.7%(49명)였다. 5개 그룹 모두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이 20% 이상이었다.
여성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사는 LG였다. LG화학은 지난해 이현주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창립 이래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사외이사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LG에너지솔루션도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BU 사장과 여미숙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선임해 이사회의 다양성을 꾀했다. 현대차그룹은 여성 사외이사가 10명으로 전체 인원 대비 비중이 20.4%를 기록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이 23.8% 수준이었지만, 올해 32.4%까지 올랐다.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대거 늘린 결과다. 올해 SK그룹의 사외이사는 작년 대비 3명 늘어난 66명이었는데, 이중 여성은 21명에 달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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