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골든타임 잡으려면 '119-전문의 핫라인' 필요"

백영미 기자 2023. 4. 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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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뇌졸중 골든타임 놓치는 사례 25년째 반복
뇌졸중 수가개선·집중치료실 수가 인상해야

[서울=뉴시스]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의대 신경과)는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뇌졸중은 적기에 치료를 받으면 환자가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생명 유지를 위한 적기의 치료마저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응급의료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25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2023.04.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뇌졸중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119 구급대와 전문 의료진(심뇌혈관질환 전문의)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 등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응급의료 체계상 119 구급대는 응급 의학과 전문의와만 소통할 뿐 실제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는 심뇌혈관질환 전문의와의 소통이 부재해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뇌졸중 전문의 기반의 이송체계 구축과 진료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뇌졸중은 뇌혈관의 이상으로 뇌기능 장애를 겪게 되는 질환으로 한국인 사망원인 4위이자 돌연사의 주범이다. 뇌졸중 환자의 생존과 예후(경과)가 결정되는 '골든타임'은 환자의 뇌혈관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뇌졸중이 의심되면 치료가 가능한 인근 병원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병실과 의료진 부족으로 119 구급대가 환자를 치료할 병원을 찾아 전전하다 사망하는 환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의대 신경과)는 “뇌졸중은 적기에 치료를 받으면 환자가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생명 유지를 위한 적기의 치료마저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응급의료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25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119 구급대가 심뇌혈관 질환 전문의와 직접 소통해 환자를 수용 가능한 병원으로 빨리 이송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아 떠돌다 사망한 대구 학생 사망 사건에서 봤듯 현재 응급의료체계상 뇌졸중 등 중증 환자를 이송할 경우 병원 응급실의 응급 의학과 의사의 지시를 따르도록 돼있다. 수용 병원도 119 구급대와 응급의학과 의사가 소통해 결정하고 있다. 치료 전체 과정을 관리하고 환자의 최종 이송을 책임질 수 있는 관제센터도 필요하다고 학회는 보고 있다.

김성헌 병원전단계위원장(강원의대 신경과 교수)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포함해 여러 응급의료센터가 병실과 의료진 부족 문제로 24시간 치료 역량을 갖추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경증 환자로 넘치는 응급의료센터 응급실에서 중증 환자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경증·중증 환자 진료를 분리해 중증응급의료센터가 중증 환자 최종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체계가 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서울의대 신경과 교수)은 “응급신경학 전문의 기반의 1차 진단과 원스톱 치료가 가능해야 하고,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중증 환자의 진단, 이송, 치료 관리를 컨트롤해야 한다"면서 "또 모든 병원에서 24시간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현재 84개뿐인 뇌졸중센터와 권역센터를 확충하고 최종 진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뇌졸중 안전망을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관제센터인 중앙심뇌혈관센터 지정과 운영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서울의대 신경과 교수)은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경증·중증 환자 진료를 분리해 중증응급의료센터가 중증 환자 최종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체계가 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2023.04.19. photo@newsis.com.

뇌졸중 전문의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면 뇌졸중 수가(진료비) 개선과 신설,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뇌졸중 집중치료실이 낮은 수가로 운영돼 병원이 뇌졸중센터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젊은 의사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차재관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 교수)은 “올해 신경과 전문의 시험 합격자 83명 중 5명만 뇌졸중 전임의(펠로우)로 지원을 했다"면서 "현재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14개 중 1개 센터에만 전임의가 근무하고 있고, 전공의 없이 교수가 당직을 서는 대학병원이나 수련병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라면 5~10년뒤 연간 10만 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뇌졸중 전문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종합병원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료는 13만3320원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료(6인실 일반과 기준 17만1360원)보다 낮다"면서 "심지어 응급의료센터에서는 전문의 진찰료, 관찰료 등이 수가로 산정되는데, 신경과 전문의가 뇌졸중 의심 환자를 진료하면 진찰료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뇌졸중 환자를 진료해도 근무 수가가 2만7730원 수준밖에 되지 않아 병원에서는 사실상 뇌졸중 센터를 무리하면서까지 투자하고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뇌졸중 수가 개선과 신설이 필요하고,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가가 간호간병통합 병실료보다 최소 1.5배 이상 상향 조정돼 젊은 의사들이 지원하고 싶은 분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인 장애의 주요 원인인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뇌졸중은 보통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파열되는 '뇌출혈'로 구분된다. 종류에 상관없이 발생 후 응급 치료를 잘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거나 반신 마비·언어 장애·의식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하지만 현재 시술이나 수술을 하지 않는 뇌졸중의 경우 일반질병군에 속해 있어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를 30% 이상 유지 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뇌졸중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배 이사장은 “웰다잉(well dying) 시대 뇌졸중으로 후유 장애를 갖고 평생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 "뇌경색은 발생하더라도 치료만 잘하면 장애 없이 생활 할 수 있기 때문에 생명연장 뿐 아니라 후유 장애를 최소화하는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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