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하는 단말기 검수작업[현장]
가입서류 검수, 카페·청소에도 장애인 참여
지난 18일 오전 11시 경기 군포시에 있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위드유’의 단말기 검수팀 사무실. 대리점에 전시했던 단말기를 중고폰으로 팔기 전 정상 여부를 확인하는 곳이다.
상자에 든 스마트폰을 꺼내서 손에 쥔 청각장애인 이승민씨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네 귀퉁이를 일일이 눈으로 보고 손끝으로 매만져 흠집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화면을 중지로 이리저리 문질러 터치가 잘되는지 살펴봤다.
이어 이씨는 설정 항목을 눌러 검색한 기기의 일련번호가 상자에 적힌 숫자와 일치하는지 체크하고, 개발자 모드로 진입해 스마트폰을 정보 삭제가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다시 상자에 넣었다. 검수를 마친 스마트폰은 A(정상), B(스크래치), C(파손), D(버튼·터치 불량), I(충전 불량)로 등급을 매겨 끼리끼리 모아뒀다.
이렇게 분류된 스마트폰을 받아든 비장애인 서경원씨는 컴퓨터 엑셀 파일에 휴대전화 색상, 일련번호, 등급과 사유, 누락 구성품 등을 입력했다. 중간중간 사무실로 걸려 오는 전화 응대나 외부 업체 사람들과의 면담도 서씨의 몫이었다.
검수를 마친 스마트폰을 외부로 내보내기 전 최종 작업은 지적장애인 성무건씨가 했다. 대리점에서 한 번 사용했던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초기화를 해도 개인정보가 남아 있을 수 있어 별도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꼼꼼히 삭제한다고 했다. 일련의 검수 작업은 비장애인 서승대 팀장의 관리·감독하에 이뤄졌다.
LG유플러스가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설립한 자회사 위드유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한다. 당초 검수 업무는 비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든 절차를 단독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위드유에서 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역할을 분담하는 분업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입사 11년 차인 서씨는 “처음에는 장애인들의 업무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같이 일해보니 업무 몰입도가 높고 집중력이 뛰어나다”며 “비장애인이 검수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하던 때와 비교해도 업무 속도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안양시에 있는 위드유 사업장에서는 장애인이 모바일 가입신청서 검수 업무도 한다. 계약서 작성에 오류가 있으면 나중에 소비자와 회사 간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기재사항 등이 잘 적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주된 임무다. 요즘에는 가족 결합 할인을 받으려면 가족관계확인서류를 내야 하는데 대리점에서 구비서류를 깜빡하는 일이 종종 있다. 장애인이 누락된 서류를 찾아내면 비장애인이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보강을 요청한다.
‘위드유(with you)’란 이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체 직원은 233명으로 이 중 55.3%인 129명이 장애인이다. 2013년 6월 모바일 가입신청서 검수 업무를 시작으로 단말기 검수 업무, 사내 카페 서비스, 건물 청소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인터넷(IP)TV 신규 설치와 관련된 콜센터 업무에도 경증 장애인이 참여하고 있다.
황준성 위드유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동일한 환경에서 함께 일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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