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백내장이라 보험금 못 줘”… 손보사 지급 거부에 소비자 반발

김수정 기자 2023. 4. 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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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미지급 구제 3건 중 1건 백내장 수술
수술 필요성 인정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 안 해
“손해율 악화 이유로 보험금 부지급은 부적절”
그래픽=손민균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최모(57)씨는 지난해 10월 앞이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이 심해져 안과를 찾았다. 최씨는 ‘백내장이 진행 중이다’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양쪽 눈 모두 수술을 했다. 수백만원의 수술비를 쓴 최씨는 실손보험금을 받기 위해 수년간 가입해 온 손해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의료자문을 통해 경증의 백내장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지난해 실손보험금 미지급 피해구제 3건 중 1건이 백내장 수술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적자가 계속되자 손보사가 백내장 과잉진료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소비자와 갈등을 겪고 있다.

1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3년간 접수된 실손보험금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 452건 중 33%에 해당하는 151건이 백내장 수술 관련이었다. 그중 92.7%(140건)는 지난해에 접수됐다. 2020년은 6건, 2021년 5건에서 급증한 것이다. 소비자가 받지 못하는 실손보험금 평균 금액은 약 961만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백내장 수술 관련 지급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 치료로 여길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환자가 백내장 수술로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아도 반드시 입원 치료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치료 여건을 고려해 개별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금융 당국도 경찰청과 함께 백내장 보험사기 특별 신고·포상 제도를 운용했다.

손보업계는 백내장 수술이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보험사들은 일부 안과 병의원의 과잉진료로 백내장 수술이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의사들이 수익을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고가의 백내장 수술을 권하면서 실손보험 청구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판매사들은 지난해 1조5300억원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8년부터 5년째 적자다.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피해자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즉각 지급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보험소비자들이 보험금을 꾸준히 납입하고 의사 진단에 따라 수술을 받았음에도, 보험사가 백내장 과잉진료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보험사의 보험금 미지급 사유로 ‘경증의 백내장이므로 수술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67.6%)가 가장 많았다. 이어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이 확인되지 않아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다’(23.8%), 기타(8.6%) 순이었다. 보험사가 수술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손해보험사는 의료자문을 하면서 보험금 부지급건수를 늘리고 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심사할 때 의료적 쟁점이 있는 부분에 한해 의료전문가에게 자문하는 제도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의료자문을 근거로 소비자에게 보험금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실시 건수는 총 5만885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만2274건) 대비 39.2% 증가한 수치다.

5대 손보사를 살펴보면 삼성화재가 1만64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해상(8996건) ▲DB손해보험(7681건) ▲메리츠화재(7475) ▲KB손해보험(7261건) 순이었다. 지난해 5대 손보사가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수는 KB손보가 11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DB손보(871건) ▲현대해상(824건) ▲메리츠화재(511건) ▲삼성화재(361건) 순이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기존까지 지급되던 보험금을 손해율 악화라는 이유로 지급심사 기준을 강화한 것은 부적절하며 특정 시기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특히 장기간 보험료를 납부한 소비자의 경우 일방적으로 심사 기준이 강화되며 보험사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급 기준 심사가 강화될 필요성이 있더라도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분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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