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이 지경 될 때까지 뭐했나” 與의원들, 복지부 장관 비판
총선 앞둔 지역구 의원들 반대 쉽지 않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8일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간호법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에게 호통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은 정부의 간호법 제정안 중재안을 설명듣고 당론을 결집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간호법은 의사들은 물론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등 간호사를 제외한 의료계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찬반 양측이 팽팽히 갈리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간호법은 당장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19일 정치권과 의료계에 따르면 18일 비공개 의총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가 대한간호협회와 협의에 이르지 못하고, 국회까지 끌고 온 데 대해 조 장관과 복지부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간호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간호법 통과를 주장하는 대한간호사협회가 윤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간호법 통과를 약속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대통령의 정식 공약이 아니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는 간호법 제정은 물론이고 ‘간호’와 관련한 내용이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1일 대선 후보 당시 대한간호협회 간담회에서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가 제 역할을 해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총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은 조 장관의 이런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 공약도 아니라면서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냐”며 거센 질책을 쏟아냈다. 국민의 힘 의석수는 115석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가진 169석으로 본회의에서 밀어붙이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키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그동안 간호법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 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직역 간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간호법이 통과되면 행정부로서 어렵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간호법 통과를 막으려고 했다면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이런 움직임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 장관이 간호법 통과가 이처럼 가시권에 들어오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명분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국회에 강행 통과시킨 양곡법(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법에 이어 연달아 간호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정치적 부담이 큰 상태다.
그러나 양곡법은 농민, 간호법은 간호사라는 이익집단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서는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쉽지 않다. 여권은 간호사가 도심, 농민들은 농촌 지역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권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뭐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간호법은 지난 2021년 3월 당시 보건복지위원장이던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비례대표 출신인 서정숙(약사 출신)·최연숙(간호사 출신)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이날 발의자 가운데 한 명인 서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사무소 개소식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최연숙 의원은 이날 의총에 참석해 복지부 중재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의 취지가 간호사 직역만을 위한 법이 아닌데, 복지부의 중재안은 법의 취지를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최 의원은 “간호협회의 협의를 이끌어내라”고 요구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간호단체를 설득 대상으로 보면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병원간호사회 관계자들을 만나 간호법 중재안을 설명하고 중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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