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형 말고...‘E형 간염’도 있어요...원인과 증상은?
간염이라고 하면 흔히 A형 간염, B형 간염, C형 간염을 떠올린다. 전 세계적으로 B형 간염 환자가 2억 6,000만 명일 정도로 A·B·C형 간염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E형 간염 환자도 급증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E형 간염(Hepatitis E)은 E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E virus, HEV)라는 RN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동물과 사람 간에 서로 전파되는 인수 공통 감염병이다. 또한 수혈이나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혈액매개 감염병의 특성을 가진다. 중남미, 북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서는 오염된 식수로 인해 유행이 발생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육류, 가공식품을 통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에서 비가열 육가공 제품 수입하면서 E형 간염이 발발하게 됐고, 이에 2019년부터 E형 간염을 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여성보다 남성↑, 5월에 가장 많이 발생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2,000만 명이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이 중 16.5%(330만 명)는 증상을 동반한 급성 간염으로 이어지며, 2015년 기준 4만 4,000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 감염병관리과가 발표한 '국내 E형 간염의 신고 현황 및 역학적 특성 분석' 연구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E형 간염 전수감시가 시행된 2020년 7월 1일 이후 2022년 6월 30일까지 2년간 총 938명의 E형 간염 환자가 신고됐다. 특히 2020년에는 191명, 2021년에는 494명, 2022년에는 253명 순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5월에 환자가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남성(570명, 60.8%)이 여성(368명, 39.2%)보다 많았으며, 연령대별로는 50대 178명(19.0%), 60대 175명(18.7%), 70대 173명(18.4%) 순으로 많이 신고됐다. 50대 이후 연령이 점점 높아질수록 발생 신고 수가 증가했다.
지역별 인구 10만 명당 발생 신고율을 살폈을 때 강원 지역이 6.1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2.7명), 전북(2.6명)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E형 간염 환자 중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479명(62.0%), 무증상인 사람은 294명(38.0%) 이었다. 연령대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고 연령대가 되면서 무증상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A형 간염 증상과 비슷하지만 무증상도 많아…감염 위험 음식 피해야
증상을 나타낸 환자 479명은 △복통(171명) △무력감(167명) △황달(162명) 등의 급성 간염의 전형적 특성이 보였으며, 기타 증상으로는 △설사(33명) △복통(27명) △식욕부진(25명) 등이 나타났다. E형 간염의 잠복기는 16~64일(평균 40일)이며, A형 간염처럼 발열과 피로, 황달, 짙은 갈색 소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무증상인 경우도 많다. 이 같은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감염원이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또한 면역력이 떨어진 임신부, 간질환자, 장기이식 환자 등이 E형 간염에 걸리면 만성 간염과 중증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원은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이다. 국내에서는 멧돼지 쓸개즙과 노루 생고기를 섭취한 이후 E형 간염이 발병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낙타에서 추출한 고기와 우유를 섭취한 사람에게서 E형 간염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2017년에는 네덜란드와 독일산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 햄 등의 가공육에 들어 있던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유럽 내 수 천명에게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먹거리 전반의 안전성 문제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 지난해 2월 국내 한 식품 제조공장에서도 E형 간염 감염이 발생했다. 이처럼 E형 간염 감염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한 드물지만 주사기, 수혈, 임산부로부터 태아 수직감염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예방 백신 없는 E형 간염, 예방법은?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 치료와 더불어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를 병행하면 증상이 호전되고 치료된다. 하지만 E형 간염 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증상이 심해져 후유증이 발생하거나 만성간염 및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E형 간염은 백신도 없고, 치료법도 정해진 것이 없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E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 예방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돼지, 사슴 등 가공 육류와 육류는 충분히 익혀 먹고, 물도 끓여 마시는 게 좋다. 특히 돼지는 전 세계적으로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 흔하므로 돼지고기로 만드는 소시지나 햄은 꼭 100도 이상 가열 조리해 먹어야 한다. E형 간염은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기에, 특히 청결에 신경 써야 한다.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로 30초 이상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만일 E형 간염이 확진되었다면, 환자는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조리하면 안 되며,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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