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치트키로 '장사천재' 입증한 백종원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2015년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신드롬의 주역이었던 백종원을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얼굴에 속했던 그는 '백주부의 고급진 레시피'라는 방을 운영하며 자신이 준비한 요리를 시청자들에게 정성스럽게 알려줬다. 손으로는 쉼 없이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고, 눈과 입으로는 자신의 방송을 찾은 이들과 소통을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가던 사람. 방송도 요리도 그의 본업은 아니었기에 실수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갔다. 무엇보다 그는 시청자들 집에 있을 법한 재료들을 활용해 요리를 만들었으며, 요리를 쉽고 간단하게 알려주는 덕분에 주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조차도 '나도 한 번 도전해 볼까?'하는 용기를 북돋웠다.
'마리텔'을 통해 소위 '통하는 인물'로 확인된 백종원은 이후 타 방송사는 물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와 SNS 플랫폼으로까지 영역을 확장,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활발한 방송 활동을 벌였다. 지난 8년간 여러 프로그램에서 존재한 많은 백종원은 집밥 선생이었고, 푸드 파이터였으며, 심사위원이었다.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겠다며 매주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니며 솔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많은 모습 중 어느 하나 그가 아닐 리 없지만, 백종원의 본업은 요리가 아닌 요식 사업가. 그가 운영하는 회사 홈페이지에는 그를 외식 경영 전문가라 소개하고 있으니, 현재 방송 중인 tvN '장사천재 백사장'은 어쩌면 그를 설명하기엔 가장 적절한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장사천재 백사장'의 방송 소식을 접했을 때, 필자를 비롯한 주변 대부분의 반응은 "또 백종원?"이었다. '마리텔' 이후 8년, '백종원'을 콘텐츠로 활용한 다수의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여기에 유명 셰프(물론 백종원은 셰프가 아니다)가 재료 수급조차 쉽지 않은 해외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요식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또한 이미 꽤 여러 번 본 포맷 아닌가. 익숙함이 예상되는 새 예능 프로그램이라니. 하지만 '장사천재 백사장'은 시작부터 이 같은 편견을 보기 좋게 날려버린다. 요식업계 대부를 전면에 내세운 대신, 제목처럼 그의 '장사천재'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준비 과정부터, 곤란한 상황까지 날 것 그대로.
'백종원의 해외 진출'을 두고 제작진과 백종원이 나눈 대화부터 프로그램은 시작된다. "얼굴장사가 되려면 나를 아는 지역으로 가야 하고, (방송이) 재미있으려면 모르는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백종원의 말에 제작진은 촬영지로 떠나는 당일, 공항에서 행선지를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백종원도 비행기 표를 받아들고야 알게 된 첫 번째 그의 창업지는 모로코. 도착 72시간 내에 자본금 300만 원으로 집기부터 모든 것을 준비해 가게를 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특히 타국 음식에 진입장벽이 높은 나라의 유동 인구가 많은 유명 야시장에 노점을 차릴 예정이기에 어느 때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조건이지만 백종원은 그간의 노하우를 발휘해 철저한 현지 조사를 하고, 할랄 인증을 받은 고기를 사용해 메뉴를 준비한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발생한다. 노점을 연지 1시간여 만에 갑작스럽게 정전이 되고, 결국 문을 닫게 된 것. 이는 낯선 이들이 파는 음식이 이슬람 율법에 허용된 할랄 음식이 맞는지 알 수 없다는 의심에서 시작된 현지인의 신고 탓이었다. "장사를 하다 갑자기 접을 땐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그것도 타의에 의해..."라던 백종원의 씁쓸한 한 마디는 그의 지난 시간을 엿보게 한다.
위기를 맞았지만 '장사천재'는 달랐다. 결국 첫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운 가게를 마련한 백종원은 "동원할 수 있는 건 다한다"며 열기를 불태웠다. 먼저 손님들을 사로잡기 위해 음식의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극대화했다. 기존 가게들의 호객 행위 대신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요리하는 곳을 길가에 배치했다. 이로서 시각은 물론 후각과 청각까지 자극하는 효과를 더했다. 판매 메뉴는 한식에 기반을 두되 음식의 맛과 재료 등은 현지에 맞추고, 이를 어필하는 전략을 펼쳤다. 새로운 메뉴의 가격을 정할 땐 퀴즈쇼 방식을 차용, 손님들에게 시식을 권하고 직접 금액을 결정하게 했다. 이는 현지 물가와 정서를 고려하기 위함이었다. 장사를 마무리한 뒤에는 불을 환하게 켜고 청소해 위생 상태에 대한 신뢰감을 높였다. '장사천재'의 이 같은 노력에 둘째 날 장사는 전일 대비 약 82% 상승한 1690다르함(약 22만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마주한 백종원은 대부분 여유로웠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덕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백종원이란 이름값이 먹히지 않는 낯선 땅에서도 그는 여유롭기만 하다. 그렇다면 역시 긴 시간 몸으로 부딪히며 쌓은 노하우를 한가득 품고 있기 때문일 테다. 아무렴 골목골목 식당을 누비며 "장사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호통친 세월이 있는데, 가르친 시간이 있는데, 척 보면 딱이지.
이 상황에서 프로그램 제목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는 건, 수많은 전략도 사건과 변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종원은 상황에 매몰되기보다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는다는 것. 그야말로 본업 치트키를 십분 활용해 백종원의 이름값을 제대로 쓰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또 백종원이 출연하고, 또 백종원이 다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모처럼 뻔하지 않은 프로그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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