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직종 안전장비 낙찰하한율 상향…품질 '높이고' 기업 부담 '낮추고'
#. A기관은 소방용 특수방화복을 B업체와 단가계약 후 납품 받았다. 그러나 입찰 과정에서의 무리한 가격경쟁 탓에 품질 저하에 따른 검사 불합격으로 납품지연 문제가 발생했다. A기관은 업무수행에 차질이 발생했고 B업체도 경제적·신용적 피해를 입었다.
정부가 소방·군대·경찰 등 안전장비의 낙찰하한율을 높여 장비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입찰기업의 경영 여건 개선을 추진한다. 또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물가 반영이 어려웠던 공사자재 계약금액 조정 요건도 완화한다.
정부는 1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 규제혁신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계약제도 선진화 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물품·용역 협상계약 및 용역 종합심사제 낙찰하한율을 현행 60%에서 70%로 상향한다. 단 소방과 군, 경찰 등 고위험직종 안전장비 낙찰하한율은 80%까지 높인다.
낙찰하한율(투찰률)은 예정가격대비 낙찰이 가능한 최저가격을 결정하는 비율을 말한다. 입찰 업체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써내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동안 품질 확보가 중요한 고위험직종의 안전장비의 낙찰하한율도 일반물자와 같은 60%로 설정돼 저가 낙찰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정부는 80%로 낙찰하한율이 개선되면 고위험직종의 안전장비 품질 제고와 함께 입찰기업의 경영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3억~10억원 규모의 전기·정보통신 등 기타공사 적격심사 낙찰하한율(86.745%)은 종합·전문공사 수준인 87.745%로 상향한다. 업종 간 형평성을 맞추고 중소업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공사자재 계약금액조정 요건도 완화한다. 현재는 공사비(재료비+노무비+경비)의 1%를 초과하는 특정규격 자재의 가격증감률이 입찰일 대비 15%이상인 경우만 해당 자재의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다. 엄격한 기준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2017년부터 2022년 4월까지 조달청 공사 7372건 중 단품 계약금액조정이 이뤄진 사례는 8건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특정 자재 계약금액 조정 요건을 공사비의 1% 초과에서 0.5% 초과로 대폭 완화키로 했다. 이를 통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조달기업의 비용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발주기관의 입찰관련 서류 교부시점을 '입찰공고일'로 앞당겨 입찰업체에 충분한 서류 검토시간을 제공한다. 또 입찰관련 서류는 전자조달시스템에 의무 게재토록 했다.
현재 종합심사제 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모든 업체가 제출해야 하는 하도급계획서도 낙찰예정자만 제출토록 개선한다.
또 공사 지명경쟁입찰 기준금액도 소액수의계약 수준으로 합리화한다. 종합공사는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전문공사는 1억원에서 2억원으로, 기타공사는 1억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올린다.
종합심사제 하도급계획서상 하도급 예정 부분을 직접 시공으로 변경할 경우 변경 가능한 비율도 10%에서 20%로 완화한다.
정부는 국가의 과징금 제도와 유사한 제재금 제도를 도입해 경미한 위반행위를 한 부정당업자가 제재금을 내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가 입찰참가제한 처분의 과징금 대체 가능사유도 현재 9개에서 12개로 늘린다. △입찰참가 및 낙찰자의 계약체결·이행 방해 정도가 크지 않은 경우 △서류 위조·변조 여부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하는 등의 경우 △손해액이 소액인 사기 등으로 부정당업자의 책임이 경미한 경우 등이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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