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죽길 바라나” 강제징용 피해 김성주 할머니 울분…시민단체는 大法에 판결 촉구
정부의 ‘제3자 변제’라는 일제 강제징용 해법에 반발한 시민단체 등의 19일 기자회견에서 생존 피해자 김성주(95) 할머니가 “정말 우리가 (그냥) 죽기를 바라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 할머니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윤석열 굴욕외교 규탄, 대법원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심 사건 신속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 중) 이제 다 죽고 양금덕과 둘만 남았다”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 양금덕이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며 “(문제가 해결되기를) 간절히 빈다”고 호소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 등은 기자회견에서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관련 미쓰비시중공업 상표·특허권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과 일본제철이 소유한 PNR 주식 19만4794주에 대한 특별 현금화 명령 재항고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최종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성주 할머니가 압류한 미쓰비시중공업 특허권 2건의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은 지난해 4월1일 대법원에 접수돼 오늘로 만 1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내용의 확정판결을 내렸지만, 일본 기업들이 배상 이행을 거부함에 따라 강제적 자산 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됐다.
이에 단체들은 “피고 일본 기업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대법원의 배상 명령을 이행하기는커녕 압류명령에 이어 특별현금화명령에 이르기까지 온갖 수단을 통해 불복 절차를 제기해 피해자들의 권리 실현을 집요하게 방해해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7월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로 의견서를 제출했고, 지난달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원고 기준 14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재원을 조성해 지급한다는 해법(제3자 변제)을 공식 발표했다. 10명의 유가족은 이를 수용하고 배상금을 수령하기로 했지만,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를 포함한 나머지 피해자 5명 측은 정부 해법을 거부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외교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 측은 이 같은 배상금 지급 절차가 피해자들의 채권을 소멸시키는 차원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단체들은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 등에 관해 “삼권분립을 기초로 하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법부는 헌법이 부여한 사법부 권한·역할만 수행하면 될 일이지 행정부의 요청을 들어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더불어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은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책임을 피해국인 한국이 대신 뒤집어쓰는 ‘제3자 변제’ 방식의 굴욕적 해법을 발표했다”며 “일본 피고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한국 행정부가 사법부 판결을 무력화해 스스로 사법주권을 포기했다”고 날을 세웠다.
계속해서 “이제 정부의 외교적 시간은 끝났고 다시 사법부의 시간”이라며 “대법원이 사건 판단을 더 이상 지체할 이유는 없어졌다”고 거듭 밝혔다.
특히 김 할머니를 포함한 생존 피해자 5명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판단을 미룬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상황일 거라고도 몰아붙였다.
나아가 “사법부는 행정부 눈치를 의식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 밖의 외교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대법원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특별현금화 명령 재항고 사건을 즉각 판결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피고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 ▲대법원은 좌고우면 말고 특별현금화명령 즉각 판결하라는 주문을 시민단체 등이 외치는 가운데 의사봉을 세 차례 두드리는 김 할머니의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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