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상대 손배소 첫 재판…2년만에 본격화

서울법원종합청사 로고.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감금과 강제노역, 암매장 등이 벌어졌던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본격 시작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이날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이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건 지난 2021년 5월이다.

당시 청구한 배상금은 84억3000만원인데 재판부가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음에도 최종 결렬돼 약 2년 만에 정식 변론이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의 수용이 위법했고 국가가 이를 방관했기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원고들의 손해를 입증할 자료를 청구하고 위자료 산정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당시 피해에 따른 후유장애가 있을 경우 역시 입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 측은 소멸시효가 지난 만큼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권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2회 변론은 오는 6월 14일 진행될 예정이다.

형제복지원은 지난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으로 설립됐다. 이후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될 때까지 운영됐는데 이 기간 경찰 등이 부랑인이라고 지목한 이들을 강제 수용한 시설이다.

부산시와 위탁계약을 맺은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000여명이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다. 밝혀진 사망자 수만 해도 657명에 이른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