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소송, 본격화... 접수 2년여 만

피해자 측 “원고 손해 입증·산정 자료 제출할 것”

서울중앙지법 전경. /조선DB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본격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서보민)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해달라”며 84억3000만원을 청구한 소송의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조정에 회부됐지만 결렬되면서 약 2년 만에 이뤄진 정식 변론기일이다.

피해자 측은 이날 재판에서 “원고들의 손해를 입증할 자료를 청구하고 위자료 산정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당시 피해에 따른 후유장애가 있을 경우 역시 입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인 또한 “불법행위가 자행됐다는 주장을 해왔고, 국가가 수용에 책임없이 방관한 사실도 있다”며 “추후 피해사실도 제출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 측은 이 사건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혹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2차 변론기일을 오는 6월 14일로 예정했다.

형제복지원은 형제육아원, 형제원 등의 이름을 거친 대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1975년 부랑인선도위탁계약과 내무부 훈령을 근거로 노숙자, 고아나 장애인 등 시민 3000여명이 국가에 의해 감금됐고,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역이나 학대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 형제복지원 사건의 핵심이다.

검찰은 1987년 박인근 원장 등을 업무상 횡령·특수감금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조치였다며 특수감금 혐의네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탄생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 2018년 4월 검찰에 사건 재조사를 권고했다. 이후 문 전 총장이 박 원장에 대한 무죄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비상상고를 결정했다.

대법원은 문 전 총장의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피해자와 유가족의 피해, 명예 회복을 위해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