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외교 수장, 12년 만에 시리아 방문…재편되는 중동 질서

손우성 기자 2023. 4. 1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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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시리아 통합과 안정 위한 방문”
이란과의 외교 정상화 이후 시리아 품기
바샤르 알아사드(오른쪽) 시리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18일(현지시간) 시리아를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회담했다. 사우디 외교 수장이 시리아를 찾은 건 시리아 내전으로 양국 관계가 틀어졌던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앙숙이던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이 외교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중동 질서가 급속히 재편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사우드 장관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알아사드 대통령과 양국 관계 복원과 항공편 운항 재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알아사드 대통령 최측근인 만수르 아잠 시리아 대통령실 장관이 다마스쿠스 국제공항에서 직접 알사우드 장관을 영접하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사우디 외교부는 회담 후 성명을 내고 “시리아의 통합과 안보, 안정을 위한 ‘정치적 해결안’ 마련을 지지한다”며 “아랍의 정체성과 이를 둘러싼 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밝혔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시아파 알아사드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반정부 인사를 잔인하게 고문하고, 민간인을 겨냥해 화학무기를 살포하는 등 폭압 정치를 이어가자 반군을 지원하며 각을 세웠다. 시아파 리더인 이란이 알아사드 대통령과 정부군을 도운 점도 사우디를 자극했다.

결국 아랍 주요국은 시리아 정부의 잔혹 행위를 규탄하며 아랍연맹(AL)에서 시리아를 퇴출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12일 파이잘 메크다드 시리아 외교장관이 사우디에서 알사우드 장관과 만나는 등 사우디와 시리아 사이의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어 14일엔 사우디가 주도하는 걸프협력회의(GCC)에서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AP통신 등 외신은 다음 달 19일 사우디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담에서 시리아의 아랍연맹 재가입이 사실상 확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물과 기름’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도 조만간 외교 관계 복원을 선언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청한 UAE 고위 인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카타르와 대사관 재설치를 비롯한 외교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와 UAE, 바레인, 이집트는 2017년 6월 카타르의 친이란 정책을 이유로 단교했다. 이후 사우디와 이집트는 2021년 카타르와 화해했고, 바레인도 지난 12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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