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쑥대밭 된 동탄…"내돈 어떡해" 피해자들 발동동

화성(경기)=정세진 기자 2023. 4. 19. 13: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대다수 20~30대…집주인이 '종부세 낼 돈 없다'는 소문도
"사기로 처벌 가능한지조차 확실치 않다"는 말에 한숨
피해자 단톡방에 100여명 입장...정확한 피해규모 파악 안 돼
'동탄 전세사기' 의심신고가 접수된 오피스텔 계약이 이뤄졌던 부동산. 이 곳은 지난달 사장이 바뀌었다. 19일 오전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사진=정세진 기자

"제 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

1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반송동 40세대 규모 아파트 1층 상가에 위치한 ㅂ부동산사무소 앞을 20~30대 임차인들이 기웃거렸다. 이곳은 250채 규모의 오피스텔을 소유한 부부의 임차계약을 위탁 관리했다는 중개사무소다.

김모씨(21)는 "어제 아침에 법무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며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무시했는데 친구가 이야기를 듣고 실제인지 확인해 보러 회사에 휴가를 내고 부동산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A씨와 화성시 농동의 전용면적 20.15㎡(약 6평) 규모 오피스텔을 전세보증금 9000만원에 2년간 전세계약을 맺었다.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 1800만원을 모았고 중소기업청년전세보증금대출 사업을 통해 7200만원을 대출받았다. 계약은 대리인 C씨(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ㅂ부동산사무소에서 이뤄졌다.

김씨가 A씨와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맺을 당시 A씨측이 제시한 지방세납세증명서에서는 징수 유예 등 체납 처분 사항이 없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도 A씨로 소유권이 이전된 사항만 나와 있을 뿐 금융기관 등의 근저당권 설정 사항은 없었다.

전날 오전 ㅇ법무사무소는 A씨 임차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임대인 사정으로 (오는) 6월10일까지 소유권이전등기를 접수해야 국세 체납으로 인한 보증금의 순위가 보존되지 않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을거라 판단된다"며 "다방면으로 확인하시고 소유권 이전등기를 진행하실 분은 연락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지난 18일 '동탄 전세사기' 의혹 오피스텔 임차인이 법무사로부터 받은 문자 /사진=독자 제공

A씨 부부의 파산이 알려진 건 ㅇ법무사무소가 임차인에게 해당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부터다. C씨로부터 지난달 중순부터 ㅂ부동산사무소를 인수 받아 운영하고 있는 ㄱ씨는 "인수 직후 A씨 부부 소유 오피스텔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C씨로부터 관련 사실을 모르고 인수했고 부동산 주인이 바뀐 걸 모르는 임차인들로부터 어제 300여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ㄱ씨는 "우리도 권리금을 내고 인수한건데 피해자가 됐다"며 "A씨 부부 얼굴도 모른다. 전해 듣기로는 부부가 세금이 많이 나와서 체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ㄱ씨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 대다수가 20~30대다. 피해자 부모가 전화해 "대출받은 돈인데 돌려받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뾰족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고 한다. ㄱ씨는 "법무사무소 문자를 받고 A씨 부부가 거래한 내역을 파악하는 중이지만 전체 규모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250채 규모라는 건 어디서 나온 수치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ㄱ씨는 당분간 정상적인 부동산 영업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C씨 등을 사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한다. 그는 "소문으로는 경찰에서 A씨 부부 파산이 전셋값 하락으로 인한 투자실패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매물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전체 피해금과 규모가 어떻게 될지 현재로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법무사무소 문자메시지를 받고 무작정 ㅂ부동산을 찾은 양모씨(33)도 닫힌 부동산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 ㅇ법무사무소로 향했다. 양씨는 "어제 오전 문자를 받고 바로 회사에 휴가를 내고 오늘 부동산을 찾았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법무사무소를 찾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동탄 전세사기 의혹'을 받는 A씨와 임차인 김모씨(21)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사진=독자 제공

양씨 역시 2021년 인근 반송동의 한 오피스텔을 A씨 남편으로 알려진 B씨와 2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2017년부터 같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던 양씨는 전 임대인이 오피스텔을 매매해 B씨와 계약을 하면서도 의심하지 않았다. 대리인 C씨를 통해 이전에도 계약을 한 차례 연장했기 때문이다. 계약 당시 제공받은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에도 문제가 없었다.

이날 오전기준 A씨와 B씨 명의 전세계약서를 인증해야 입장이 가능한 피해자 단체 카카오톡 방에는 110여명이 모여있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전날 250여가구에 이르는 오피스텔을 보유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집단 전세 사기 사태가 발생할 것 같다는 신고를 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정확한 피해자와 피해금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화성(경기)=정세진 기자 seji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