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억원 들여 만든 공공앱의 '소리 없는' 폐기
공공앱 개발에 낭비되는 혈세
635개 공공앱 폐기‧폐기 예정
188억원 넘는 개발비 사용돼
행정안전부 공공앱 점검하지만
감사원 “기준 불명확하다” 주의
민간 참여해 혈세 낭비 줄여야
이름도 용도도 모른 채 사라진 공공앱이 숱하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폐기되거나 폐기 권고를 받은 공공앱은 635개 이른다. 이 앱을 만드는 데 쓰인 예산은 188억원이 넘는다. 어찌 보면 이는 예견된 일이다. 앱을 만드는 것도 만들어진 앱을 평가하는 것도 정부가 하고 있어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겪이니 관리가 될 리 만무하다.
# 2016년 A지자체가 관광앱(공공앱)을 출시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첨단 ICT 기술까지 접목해 만들었다. 2018년 A지자체가 계획한 '방문의 해'를 겨냥한 전략이었다.
이 때문인지 이 앱을 만드는 데 5억6000만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이렇게 야심 차게 만든 앱은 출시 5년 만인 2021년 폐기됐다. 전체 다운로드 수는 6841건에 불과했다. 이 앱을 한건 내려받는 데 8만200원가량의 예산을 집행한 셈이다.
663개.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2022년 기준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서비스하고 있는 공공앱의 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정부 부처가 51개, 공공기관이 347개, 지방자치단체가 226개라는 걸 감안하면, 기관당 1개 이상의 공공앱을 출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야말로 공공앱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공공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복잡한 민원을 편하게 처리하거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런 공공앱이 모두 유용한 건 아니란 점이다. 문화재청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내손안의 경복궁 내손안의 덕수궁 내손안의 창경궁 등 문화재를 소개하는 '내손안의 ○○' 앱을 7개나 출시했다.
이 앱은 개당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6억원이 넘는 개발비가 들어 총 18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했지만 2017년 모두 폐기됐다. 해양수산부는 2020년 4600만원을 들여 게임(수중건설로봇 체험 게임 콘텐츠)을 만들었만 이를 이용한 국민은 130명밖에 없었다(2022년 폐기).
이렇게 혈세를 투입해 만들었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공공앱은 한두개가 아니다.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폐기되거나 폐기 예정 권고를 받은 공공앱은 635개였다. 이 앱들을 만드는 데 들어간 개발비는 188억8000만원에 이른다. 적지 않은 혈세가 공공앱 개발로 낭비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이를 모르는 건 아니다. 대책도 만들었다. 행안부는 2017년부터 매년 공공앱을 평가하고 정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앱 개발에 쓰이는 예산 낭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공공앱을 관리하는 행안부의 평가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감사원은 행안부의 공공앱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고, 평가 대상과 측정값을 누락한 문제를 발견했다며 주의조치를 내렸다. 앱을 만든 기관이 보낸 자료를 검증하지 않고 평가하면서 발생한 촌극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공공앱 관리에 민간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용자의 니즈에 발 빠르게 반응하고,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민간이 참여해야 공공앱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허투루 쓰이는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어제오늘 나온 주장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1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조언했다. "정부 주도적인 일방적 공공앱 서비스를 지양하고, 정부-민간 거버넌스를 확보해 공공앱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앱의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관광앱·배달앱·택시앱 등 민간 서비스와 중복되는 공공앱이 적지 않은 데다, 기관별로도 비슷한 기능을 담고 있는 앱이 많다. 행안부가 민간과 중복되거나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2017~2021년 정비 권고를 내린 공공앱만 192개에 달했다. 정부에 맡겨서는 공공앱의 혈세 낭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거다.
소비자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공공기관은 행정편의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수요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비슷비슷한 앱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앱 개발의 모든 단계를 정부와 공공기관이 다하면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며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관하고 기획 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해 검증해야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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