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예림 학폭 가해자' 신상 공개, '더글로리'와 다르다?
전문가 “가해자 명예훼손 여부, 공익성이 관건”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현실판 ‘더 글로리’로 알려진 표예림(28) 씨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이 중 한 명이 직장을 잃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표예림 동창생’에는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폭로자 A씨는 “예림이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속적으로 4명이 속한 일진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예림이는 아직 고통받는데 가해자들은 잘 살고 있다. 더 이상 예림이의 아픔을 무시할 수 없어 익명의 힘을 빌려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A씨가 공개한 이들은 총 4명이다. 학폭을 주도한 B씨는 현재 육군 군무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C씨는 미용사, D씨는 남자친구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또 개명을 한 E씨의 현재 이름도 공개했다.
이후 표 씨와 같이 미용사로 근무 중인 B씨는 현재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신상이 알려진 후 미용실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학폭을 옹호하거나 감싸줄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매장에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 당혹스럽고 손이 떨린다. 사실을 알았더라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B씨 학교 폭력) 사건을 인지한 뒤 바로 예약해지 조치해 현재 매장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미용실은 B씨에 대한 별도의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표 씨는 해당 미용실에 별점 테러가 이어지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미용실은 이 일과 관련 없다. 매장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일뿐 가해자의 매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미용실에 전화하시거나 별점 테러 행위는 멈춰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드라마 ‘더 글로리’ 속 문동은(송혜교 분)처럼 실제로 사적 복수에 나설 경우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소지가 크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의 의견이다.
장효강(법률사무소 이화) 변호사는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의 영향력은 상당하다”며 “이성적으로 실제 범죄의 가해자가 맞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 자칫 잘못된 정보를 게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거짓의 사실을 드러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한 여성이 자신과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온 동창이 결혼 준비 중인 것을 알고 난 뒤, 예비 시댁 가족의 SNS에“왕따 가해자였다”는 글을 올렸다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남긴 글로 (동창생) 결혼 상대의 가족에게 해당 사실이 전파될 개연성이 충분히 있으므로, 전파가능성 이론에 따라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장 변호사는 “‘표예림 사건’ 또한 인터넷상에서 지속해서 이들의 신상이 재생산된다면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가해자 신상 공개에 얼마나 ‘공익적인 목적’이 있는 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예훼손이 인정되려면 ‘비방할 목적’이어야 하는데, 표 씨의 학폭 가해자 공개는 이미 MBC ‘실화탐사대’ 등을 통해 공익성을 띄게 된 상태다. 또 공감대가 이뤄진 사건에 대해 법원도 사회적인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변호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며 “학교 폭력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 등 많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일들을 막을 수 있도록 사회 인식의 성숙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소영 (soyoung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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