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청소년이 ‘띵동’ 할 수 있는 곳…“혼자가 아니야”

이주빈 2023. 4. 1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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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ㅣ청소년 성소수자 지원하는 ‘띵동’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내 젠더표현 지원공간. 띵동 제공

서울시 중구의 한 행정동엔 청소년 성소수자를 맞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다. 건물 외관엔 띵동임을 알리는 어떤 표식도 없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다. 덕분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마음 놓고 ‘띵동’의 벨을 누른다. 지난 13일 온·오프라인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고 있는 띵동의 활동가 아델, 보통과 책임상담사 라이더를 띵동에서 만났다.

“띵동에 오면 놀라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있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롤모델을 본 경험이 적은데, 띵동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안정된 성소수자 당사자 활동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델 활동가가 말했다.

띵동 사무실 한편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른바 ‘젠더표현 지원공간’. 이곳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사회적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화장하거나, 원하는 옷을 입어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억압해야 했던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셈이다. ‘젠더표현 지원공간’ 입구엔 ‘바인더’(가슴 압박 조끼)를 착용하는 방법이 적혀 있기도 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성별불쾌감(디스포리아)을 줄일 방법을 같이 찾고, 자신 모습 그대로의 젠더표현을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아델 활동가가 말했다.

보통, 아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활동가와 라이더 ‘띵동’ 심리상담사. 이주빈 기자

띵동은 2014년부터 10년째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고 있다. 심리·의료·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는데, 지금까지 3000건이 넘는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이 이뤄졌다. 또 임시 주거를 연계하고, 생활물품과 긴급생활비도 지원한다. 10대뿐만 아니라, 탈가정한 성소수자이거나 트랜스젠더의 경우엔 20대 초반까지도 지원 대상이다.

2015년부터 9년째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온 아델은 “내담자 중엔 중학생일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00회 이상 만나면서 상담을 제공한 경우도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함께하며, 힘든 시간을 견뎌 지나온 모습을 지켜볼 때 뿌듯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최근 2년 동안 외로움을 호소하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라이더 책임상담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커뮤니티가 사라진 탓으로 보인다. 사회에서 고립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조차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띵동은 이들이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코로나19 기간에도 문을 열어뒀다.

서울에는 띵동같은 지원단체가 있지만, 비수도권으로 갈수록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교류할 커뮤니티를 찾기 어렵다. 보통 활동가는 “비수도권 청소년은 전화로 상담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오픈홀. 띵동 누리집(https://www.ddingdong.kr) 갈무리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시선은 차갑지만, 특히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더욱 가혹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 표현을 하면, 생활공간인 학교에서 괴롭힘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보통 활동가는 “커밍아웃했다가 부모로부터 신체적·정서적 폭력을 입고 집을 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탈학교, 탈가정으로 이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가정을 하더라도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갈 만한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쉼터가 남녀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나 레즈비언 청소년은 입소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이에 띵동은 올 3월부터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야간(주 2회)에도 이용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성소수자를 다룬 미디어가 늘면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둔 가족의 반응이 달라졌다. 아델 활동가는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애가 바뀔 수 있나요’라고 묻는 성소수자 부모들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늘었다. 심리상담사들도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두고 우리 쪽에 연락을 준다”고 말했다.

띵동 활동가들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 과정에 띵동이 함께 서 있겠다고 했다. “좌절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 띵동이 ‘안전기지’라는 걸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함께 하겠다.“(라이더)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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